‘맨발의 디바’ 이은미 “지자체 공무원 손편지에 감동…시골 공연도 간다”[인터뷰]

전국투어 콘서트 ‘MOVE ON’ 시작
40개 시도 70여회 공연…군 단위 포함
서울은 1월 4~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수 이은미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 메인스튜디오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대한민국 대중음악계의 대표적인 아티스트인 ‘국민 디바’ 이은미가 새로운 의미의 2024~2025 전국 라이브투어 ‘MOVE ON’을 진행하며 전국을 가슴 벅찬 명곡으로 물들이고 있다.

지난달 16일 경기도 군포를 시작으로 총 40개 시도에서 70여회의 콘서트를 진행한다. 라이브투어중 내년 1월 4~5일 양일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콘서트는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의 공동 주최로 열린다.

이번 ‘MOVE ON’ 콘서트는 이은미가 그동안 쌓아온 35년 넘는 음악 인생을 돌아보며, 라이브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과 진정성을 다시 한 번 선사한다.

이은미는 이미 2019년 데뷔 30주년과 함께 1000회 공연을 돌파했던 ‘라이브의 여왕’이지만, 이번 라이브 콘서트는 몇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도시가 아닌 작은 시와 군단위까지 공연을 하고 있어 문화소외 지역 주민들의 큰 환영을 받고 있다.

“작은 도시, 작은 극장에서도 공연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40개 도시에서 70회 공연을 하려면 예산을 줄여야 하지만, 지역문화 갈증을 해소해준다는 의미가 있다. 공연을 본 경험을 가진 사람이 다른 공연도 보러간다. 문화적인 뿌리는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그렇게 형성된다. 그래야 대한민국 음악시장도 커질 수 있다.”

가수 이은미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 메인스튜디오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이은미는 과거 충남 태안군의 문화예술 담당 직원이 세 장에 걸쳐 작성한, 자신의 고장에서 공연을 열어줄 것을 부탁하는 손편지를 받은 것을 계기로 전국의 작은 고장, 작은 극장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지자체와의 협조를 받는 방식 등으로 지역민에게 티켓을 싸게 판매해 이은미가 지역민의 문화 향유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보이는지 잘 알 수 있다.

이은미는 1989년 신촌블루스 3집의 객원 가수로 데뷔한 후에 수많은 라이브와 콘서트를 통해 발라드, 블루스, 재즈, 록, 포크 등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우리나라 최고의 보컬리스트로서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이은미가 공연에서 ‘애인 있어요’, ‘기억 속으로’, ‘어떤 그리움’, ‘녹턴’을 특유의 허스키한 보이스로 부르면 호소력이 극대화된다.

그런 이은미가 올해 10월 가수 청하와의 콜라보로 ‘Move Remove’ 싱글 음반을 발매했다. 춤을 전혀 추지 않는 발라드 여왕이 댄스음악을 발표했다는 자체만으로 파격적이었지만, 마치 자신이 예전부터 댄스곡을 자주 부른 것처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청하와의 콜레보레이션도 화학적인 결합이 이뤄졌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박진영 프로듀서의 영향이 컸다. KBS ‘골든걸스’ 출인 이후 댄스곡에 매력을 느꼈다. 청하의 ‘벌써 12시’를 연습하면서 댄스음악의 매력을 느꼈다. 청하와의 ‘Move Remove’는 제가 청하의 엄마 세대니까 자녀 세대도 함께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런 음악과 춤이면 모두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가수 이은미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를 찾아 김영상 코리아헤럴드 사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이상섭 기자


2023년 방송된 KBS2 예능 ‘골든걸스’는 박진영 프로듀서를 필두로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로 이뤄진 총 155년 경력 디바의 새로운 데뷔 프로젝트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큰 무대는 이은미가 재탄생시킨 청하의 ‘벌써 12시’ 무대였다.

처음에는 이은미가 박진영에게 “이 노래가 나랑 어울린다고 생각했어?”라고 말했지만, 시크한 섹시미를 발산하며 당시까지 한번도 본 적 없는 ‘섹시 은미’의 강림을 성공시켰다.

“박진영을 보고 깜짝 놀랐다. 6개월 내내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있어도 화 한번 안내고 웃으면서 해결책을 모색했다. 박진영이 왜 그런 유명 프로듀서이자 제작자가 된 지를 알 것 같았다. 우리는 다이애나 로스가 포함된 1960년대 히트한 미국 여성 보컬그룹 ‘슈프림즈’ 같은 팀을 원했지만, 사실은 지금의 걸그룹이 탄생한 거다. 그런 괴리가 있다 해도 그때의 작업과 일을 사랑하는 방식은 나에게 의미를 주었다. 또 모니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음악에 접목해 몸을 아름답게 사용하는 법을 배웠다.”

이은미는 박진영의 미션을 접하면 투덜대면서도 율동을 잘해 ‘은쪽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는 “율동을 가미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최선을 다했다. 즐기려고 최대한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가수 이은미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를 찾아 김영상 코리아헤럴드 사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이상섭 기자


‘무브 온’의 서울 세종문화회관 콘서트는 같은 콘셉트의 콘서트 중에서도 제일 큰 공연이라 할 수 있다. 헤럴드경제· 코리아헤럴드가 지원하고 문화인들이 무대위에서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다면 훌륭한 조합이 될 수 있다. 그날 콘서트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물어봤다.

“‘골든걸스’를 하면서 음악을 소화하며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음악이 달라진 게 아니라 제 마음이 달라졌다. 제 스스로를 가두지 않으면 몸을 흔들면서 즐길 수 있다. 음악의 다이나믹을 추구할 수 있고, 좀 더 편한하게 해줄 수 있는 것 같다. ‘무브 온’은 그런 의미로 사용한 거다. 내가 걸어온 걸 인정하고 앞으로 다시 나가자, 좀 더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즐기자는 것이다. 이런 것이 여러분의 생활에 긍정적 자극이 됐으면 한다. 세종문화회관 공연은 이런 나의 음악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이은미 콘서트는 소통감과 몰입감이 좋다. 그 비결이 무엇인지도 물어봤다.

“나는 목소리로 음악이 갖는 의미, 노래말이 주는 의미, 선율이 주는 감성을 전해주는 사람이다. 이런 걸 최대한 열어주는 거다. 듣는 사람이 다양한 걸 받아들일 수 있게 가능성을 넓혀준다. 나는 왜 그 음악이 좋았는지 몰입하는 편이다. 그대로 전달하는 게 여러분이 감상하는 폭을 넓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보컬리스트의 일이다. 나는 여기에 집중한다.”

가수 이은미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 메인스튜디오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이은미는 요즘은 계획하는 것보다 충동적인 걸 즐기고 싶다고 했다. 재즈를 할지, 스탠다드 음악을 할지, 혹은 청하와 함께 댄스음악을 계속할지…. 뭔가를 미리 규정하지 말자는 게 그의 요즘 생각이다.

이은미는 변신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35년간의 무대에서 재즈, 블루스, 락 등 수 많은 음악의 장르를 시도하고 또 평가도 받았다. ‘골든걸스’ 방송을 통해 댄스를 위주로 한 음악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기대 이상의 성원과 응원을 받았다”면서 “‘다시 새롭게 뛰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이번 공연에선 좀 더 유쾌하고 밝은 기운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저는 목소리로 음악이 갖고 있는 정서를 전해주는 사람이니까 그 부분에 충실하게,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내 도구를 다 쓰는 거다. 한번 교감하면 포기하기 힘들다. 마음이 열리고 다음 콘서트를 찾아주시는 분이 많다. 이번에도 대장정을 마치고 나면 모두가 위로받고 새로워질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받게 되길 바란다. 여러분들은 행복하게 음악을 즐기다 가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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