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는 안 무는데” 기겁하고 털썩…이 ‘병’, 의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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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곧 지나갈 거야. 무시하자. 침착하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 최근 회고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언급했다. 푸틴이 회담에 반려견을 데리고 나왔던 것. 메르켈 전 총리는 ‘개 공포증’이 있다. 회담 동안 반려견은 별 제지 없이 방을 돌아다녔고, 메르켈 전 총리가 당시 눈에 띌 만큼 힘든 기색을 보였던 이유다.

#. A씨는 최근 집들이 초대를 받았다. 집에 들어서면서 A씨는 얼어붙었다. 주인이 소형견을 키우고 있던 것. 개 공포증이 있는 A씨는 고민 끝에 이를 털어놨다. 그는 “결국 베란다에 반려견을 격리 조치했지만, 계속 낑낑 소리를 내자 ‘우리 개는 물지 않는데’라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더라”며 “미안하면서도 서운한 마음에 집들이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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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는 유별나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또 누군가에는 정말 심각한 문제다. 개 공포증만 있는 게 아니다. 새 공포증, 비행기 공포증 바늘 공포증, 거미 공포증, 터널 공포증 등 종류도 다양하다.

많은 사람이 크고 작은 공포증에 시달리고, 대부분 공포증은 ‘위협을 느낀 경험’에서 비롯된다. 공포증을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심리치료, 약물치료 등까지 다양하고, 최근엔 디지털과 접목한 치료법까지 속속 연구되고 있다.

공포증은 다양한 형식으로 수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증상이다. 학계에 따르면, 세계 인구 12명 중 1명꼴이 공포증을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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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진 건 비행기 공포증이다. 편차가 있지만, 10명 중 1명꼴, 심하게는 4명 중 1명꼴로 비행기 공포증을 겪는다는 추정치도 있다.

공포증은 크게 ▷인간관계 ▷공간 ▷특정 사물 ▷특정 상황 등으로 나뉜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공포증으로 대표적인 게 대인 공포증, 무대 공포증이다. 공간 공포증은 광장 공포증이나 폐소 공포증이 있다. 공공장소 등 공간에 홀로 남겨지는 게 무섭거나, 혹은 작은 공간에 무서움을 느낀다.

조류, 벌레, 동물 등 특정 사물로부터 공포증을 느끼기도 하고, 터널이나 비행기, 치과 등 특정 상황으로부터 공포증을 느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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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공포증은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공포를 느끼는 대상으로부터 위협을 받은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의미다.

약물치료나 심리치료가 주로 활용되지만, 최근엔 IT기술 발달로 VR이나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디지털 치료도 연구 개발 중이다.

뉴질랜드 오타고대 연구팀은 공포증 치료에 VR 헤드셋과 ‘오버캄(oVRcome)’이란 앱을 활용, 가상현실을 통해 공포증 상황에 직면하도록 치료를 진행했다.

앱을 활성화한 스마트폰과 VR 헤드셋을 결합하면 환자는 가상현실을 통해 본인이 겪는 공포증 상황에 직면한다. 이를 심리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6주간 치료를 진행했다. 고소 공포증, 비행 공포증, 바늘 공포증, 거미 공포증, 개 공포증 등이 대상이었다.

[출처 오버캄 유튜브 캡쳐]


거미 공포증이 있는 환자에 가상현실로 거미를 체험하게 하고, 개 공포증 극복을 위해 가상 공간 속에서 개를 직면하는 식이다.

6주간 이 같은 치료를 진행한 결과, 공포증 증상의 약 75%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옥스포드대 정신의학과 연구진도 VR을 활용한 광장공포증 연구를 진행한 결과, 광장 공포증이 유의미하게 고쳐지고 불안장애 등 각종 심리 질환도 개선된 효과를 얻었다.

실제 상황처럼 느껴지지만 이는 실제 상황이 아니란 인식 속에 참가자가 새로운 시도를 하도록 유도해 주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가상현실에서 공포증을 극복하면 현실 세계에서도 공포증을 극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보여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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