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시 고용지속 근로자 연간 59만명
25~29세 청년 90만명 고용가능 수준
“일률적 연장 검토, 기업자율에 맡겨야”
21일 서울 은평구청에서 열린 ‘2024년 은평어르신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어르신들이 면접을 보고 있다. [연합] |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할 경우, 60~64세 근로자의 고용에 따른 비용이 연간 30조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김현석 부산대학교 교수에게 의뢰한 ‘정년연장에 따른 비용 추정 및 시사점’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에서는 정년연장의 적용 규모를 추정한 결과, 65세 정년연장 도입 1년 차에는 60세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이 연장되며, 예상 규모는 5만8000명인 것으로 분석됐다. 도입 5년 차에는 60~64세 모든 연령대의 정규직 근로자가 정년연장의 적용대상이 되며, 예상 규모는 59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65세 정년연장으로 근로자의 고용을 64세까지 유지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추정한 결과, 65세 정년연장 도입 1년 차에는 60세 정규직 근로자 고용에 따른 비용이 3조1000억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60~64세 모든 연령대의 정규직 근로자가 정년연장의 적용대상이 되는 도입 5년 차에는 비용이 30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경협은 “정년연장에 따른 60~64세 고용 비용 30조2000억원은 25~29세 청년의 월평균 임금(2023년 기준 279만1000원)을 기준으로 약 90만2000명의 청년층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정년연장이 투자 및 신규채용 위축 등에 미치는 영향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업종별·기업별 사정에 따라 고령 근로자의 지속적인 고용 필요성이 다르므로, 정년과 관련한 사항은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2023년 고령자고용현황’ 조사에 따르면, 업종 간 55세 이상 고령자 비중 격차가 최대 62.5%포인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석 교수는 “저출산·고령화 등 경제환경 변화로 인해 고령자 고용 확대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일률적인 정년연장은 기업경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경협이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 중 67.8%가 근로자의 정년이 연장될 경우 경영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연공·호봉급 체계에 따른 인건비 부담 가중’(26%)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이어 ‘조직 내 인사 적체 심화’(23.2%), ‘청년 신규 채용에 부정적 영향’(19.3%),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 감소’(16.6%) 등 순이었다. 기업 10곳 중 6곳(60.3%)은 연공호봉급제를 도입하고 있어 정년이 연장될 경우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높아지는 구조로 조사됐다.
계속 고용제도가 도입될 경우 어떤 방식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71.9%가 ‘퇴직 후 재고용’을 택했다. 계속고용제도란 일괄적인 정년연장 대신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재고용하거나 정년연장 또는 폐지를 선택하는 제도다. 만약 계속고용제도가 도입될 경우 어떠한 방식을 선호하냐는 질문에 기업 10곳 중 7곳(71.9%)은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어서 ▷정년연장(24.8%) ▷정년폐지(3.3%) 순으로 응답했다.‘재고용에 따른 고용유연성 확보’(35.2%)를 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한경협은 2013년 ‘60세 정년’ 시행 당시 기업 비용 부담의 대안으로 제시됐던 임금피크제 도입률이 300인 이상 기업 기준으로 48.2%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임금피크제 도입이 정년 연장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해소의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봤다. 섣부르게 정년 연장을 도입하는 경우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경직적이고, 호봉급 중심의 임금체계가 생산성을 반영하지 못해 기업들이 고령인력을 활용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정년연장을 도입하기에 앞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직무가치·생산성 등을 반영한 임금체계로의 개편 등을 통해 기업들이 고령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