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담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이 이민정책에 대한 의견차로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숙련 이민자와 관련, 미국인 일자리를 빼앗는 이민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반이민 강경파’ 밀러와 고급 기술 인력은 유입해야 한다는 머스크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는 “머스크를 필두로 한 미국 실리콘밸리 IT기업들은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더 많은 고숙련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압박을 준비 중이지만, 이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민을 최소화하려는 트럼프 측 강경파들과 잠재적인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IT업계에선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지명되는 등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하면서 고숙련 이민의 문을 넓힐 기회를 잡았다고 기대하고 있다. 공화당이 차기 행정부와 의회 다수당을 장악한 만큼 머스크의 영향력을 활용해 과학 기술 및 공학 분야 이민을 더 많이 받아들이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소프트웨어회사 ‘박스’의 애런 레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8일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확실시된 이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머스크가 고숙련 이민을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글을 올렸고, 머스크는 이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미 실리콘밸리에서는 해외 전문직 종사자에게 주는 ‘H1-B’ 비자나 고숙련자 이민을 늘려 해외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인력들을 미국으로 더 쉽게 데려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중국이 과학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추격하면서 해외 고숙련 이민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 공화당에서도 고숙련 이민자들을 미국으로 들일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역시 지난달 중순 “우리는 취업 비자가 필요하다. 합법적인 이민은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의 또 다른 최측근 ‘반(反)이민 책사’ 밀러 내정자를 앞세운 반이민 초강경파 입장은 다르다. 이들은 외국에서 온 ‘STEM’ 인재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IT산업의 임금을 하락시킨다고 보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밀러 내정자는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민 제한 정책을 수립하는데 핵심적인 기여를 한 인물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고숙련 이민자 유입폭을 넓히려고 했지만, 당시 백악관 선임보좌관이었던 밀러가 주도하는 반이민 강경파에 의해 저지된 바 있다.
밀러 내정자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불법 이민 추방자 수를 현재의 10배 이상인 연 100만명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반이민 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이에 대해 ‘미국이민개혁연맹(FAIR)’의 댄 스타인 회장은 “트럼프가 사람들이 (이민 정책에)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아주 미세한 선을 잘 걸어가야 한다”며 “밀러 내정자가 고숙련 이민의 대폭 증가에 반대하는 강력한 세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