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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회의(INC-5) 5일차인 29일 오전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협상회의 참관인으로 참여 중인 플뿌리연대,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플라스틱 추방연대(BFFP), 국제환경법센터(CIEL), 세계자연기금(WWF) 등 시민단체 연합이 기자회견을 열어 지지부진한 협상에 대해 각국 대표단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을 성안하기 위한 협상이 시한인 1일까지 부산에서 타결짓지 못한 채 추후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플라스틱 원료를 제공하는 산유국들의 반대 입장이 강경하면서 구체적인 생산 규제 내용은 고사하고 선언적인 합의문 도출에도 이르지 못했다.
전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협상위를 이끄는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의장은 “일부 문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은 고무적이지만, 소수의 쟁점이 완전한 합의를 이루는 것을 막고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비디에소 의장은 “쟁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추후 5차 협상위를 재개해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전반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부산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많은 진전이 이뤄졌다”며 “우리의 일이 완료되기까지 한참 남았기에 공동의 목표를 향해 계속 협력하면서 실용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국제사회는 2022년 3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마련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5차례 협상위를 열어 협상을 벌여왔다.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개막한 5차 협상위 첫날 발비디에소 의장이 협상위에 앞서 제시한 3차 제안문을 협상의 기초로 삼기로 하면서 최소한 ‘선언적 협약’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다.
그러나 ‘플라스틱 또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원료) 생산 규제’와 ‘유해 플라스틱·화학물질 퇴출’, ‘협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 등이 쟁점이었고 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최대 플라스틱 생산국인 중국이 전향적 입장을 보였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이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극구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협약에 생산 규제 조항을 포함하는 것을 ‘레드라인’(한계선)으로 규정하고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러시아는 모든 국가가 수용할 수 있는 조항에 집중하자는 논리를 펼치며 사실상 사우디의 입장에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에 진전이 없자 일각에서는 투표로 정하자는 주장이 나왔으나 이 역시 무산됐다.
한편 플라스틱은 매년 4억6000만톤 이상 생산되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일회용이다. 1950년대부터 생산된 플라스틱을 모두 합치면 90억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의 99%는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화학물질로 만들어졌다.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에 그쳐 나머지 91%는 매립·소각되거나 자연으로 유출된다.
플라스틱이 현대문명을 지탱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는 만큼 플라스틱 협약은 체결 시 유엔기후변화협약처럼 전 인류에게 영향을 주는 환경협약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