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누명 벗은 이해인, 복귀 무대서 일 냈다…“사죄의 첫걸음”

1일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4 KB금융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겸 국가대표 1차 선발전 프리스케이팅에서 이해인(고려대)이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피겨 스케이팅 이해인(19·고려대)이 미성년자인 후배 남자친구를 성추행했다는 논란 이후 가진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해인은 지난 1일 경기도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2025-2026 국가대표 1차 선발전을 겸해 열린 2024 KB금융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여자 싱글에서 최종 총점 190.64점으로 5위에 올랐다.

이로써 내년 2월 서울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리는 2025 국제빙상연맹(ISU) 사대륙 선수권대회의 참가 연령 자격을 충족하는 선수 가운데에서는 2위로 출전 티켓을 따냈다.

이해인은 지난 5월 이탈리아에서 진행된 피겨 국가대표 전지훈련 기간 중에 숙소에서 음주를 하고, 미성년자인 남자 후배 선수를 자신의 숙소로 불러서 추행 등 성적 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해인에게 3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해인이 성추행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미성년자 후배 겸 남자친구인 A씨와 주고받은 메시지. 이해인은 해당 메시지를 성추행 반박 자료로 SNS에 공개했다가 삭제했다. [이해인 인스타그램]


이후 이해인은 상대 남자선수와 교제 중이었다고 주장하며 성추행 논란 전후 서로를 ‘자기’, ‘여보’ 등으로 부르는 대화 등 관련 증거를 SNS에 공개했다. 상대 선수 측 역시 이해인의 행위에 대해 ‘처벌을 원한다고 한 적 없다’, ‘수치심을 느꼈다고 한 적 없다’는 등 이해인을 두둔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해인은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의를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결국 법원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는데 서울동부지법이 지난달 12일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이번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이와 별개로 징계처분무효확인 소송은 진행 중이다.

복귀 무대에 나선 이해인은 17번째 순서로 출전에 관중의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경기 후 상기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선 이해인은 직접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읽는 것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이해인은 먼저 “복귀 무대에 설 수 있어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 기회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저의 부족함으로 큰 실망 안겨드린 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지난 시간은 정말 힘들고도 값진 배움의 시간이었다”며 “이번 복귀전은 단순한 하나의 경기가 아니라 새로운 각오의 출발점”이라고 자평했다.

1일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4 KB금융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겸 국가대표 1차 선발전 프리스케이팅에서 이해인(고려대)이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복귀 소감을 말하며 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


이해인은 “이번 기회를 통해 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선수로 거듭나겠다”며 “특히 국가대표라는 소중한 자리를 다시 얻어 그 무게를 온전히 짊어질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나를 끝까지 믿어 주신 팬 여러분께 드리는 진심 어린 사죄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원의 가처분 인용 당시 “솔직히 그냥 받아들이고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인용 소식을 듣고 나도 모르게 너무 북받쳐서 서럽게 울었다”며 “그 와중에도 훈련 시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끝까지 열심히 스케이트를 탔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나도 언젠가 올림픽 무대에 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이제 올림픽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한편 이해인은 최근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 연맹과 대립 구도로 비춰지는 데 대해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그는 “연맹과 갈등하려던 게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 억울하고 답답한 부분을 바로잡고 싶었던 마음이었을 뿐”이라며 “빙상 발전을 위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연맹과 더 성숙한 자세로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밝혔다.

1일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4 KB금융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겸 국가대표 1차 선발전 프리스케이팅에서 이해인(고려대)이 경기를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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