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서 열린 스페이스X 스타십 로켓의 여섯 번째 시험 비행에 참석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무차별적인 ‘관세 폭탄’을 예고했지만 대규모 보편 관세 대신 특정 대상을 겨냥해 순차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현지시간)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이코노믹스(BE) 보고서를 인용, 관세 수입과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재점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관세 부과가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기본적으로 현행 11.7% 수준인 미국의 대중국 관세(2023년 수입 기준 가중평균)가 내년 7월께 20.2%로 오르고, 2026년 3월께 28.2%, 2026년 9월께 36.2%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당선인을 둘러싼 예측 불가능성 등이 변수가 되겠지만 대(對)중국 관세가 3단계 인상을 거쳐 현재의 3배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구체적으로 1단계에서는 무역법 301조 등을 근거로 잠옷·볼펜 등 소비재에 15% 추가 관세를 부과해 관세 수준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제안했던 수준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미중 무역 협상이 결렬되고 2026년 9월까지 자본재, 중간재 등 타깃이 된 상품군에 추가 관세를 부과, 현행 25%인 이들 제품의 관세 수준을 75%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중국 이외 국가들에 대한 관세는 현행 1.2%에서 2026년 3월과 9월 각각 2.6%, 3.2%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봤으며 관세가 미국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 중간재, 자본재 등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전 세계에 부과하는 관세 수준은 현행 2.6%에서 내년 7월 3.8%, 2026년 3월 6.2%, 2026년 9월 7.8%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치 자체는 중국보다 낮지만 2년 뒤 현재의 3배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1930년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 통과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이 경우 전 세계 상품 교역에서 미국의 비중은 현행 21%에서 18%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중국의 대미국 수출 가운데 83%가 타격을 입고 캐나다, 멕시코 등의 피해도 클 것으로 예상됐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예측치가 높긴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과 비교하면 그 여파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봤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국산에 60%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수입품에는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어 대선 승리 이후 지난달 25일에는 마약 유입 문제를 이유로 취임 첫날 멕시코, 캐나다에 25% 관세를 물리고 중국에는 기존 관세에 10%를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다만 과거 이력을 볼 때 트럼프 당선인이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관세 정책을 설계·집행해 나갈 경제팀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인 스콧 베센트가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것과 관련, 월가에서는 경제적 혼란보다 시장 안정을 우선시하는 결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최소한 관세 부과에 대한 전략적 브레이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베센트는 정부 세수 증가 및 글로벌 경제 불균형 해소를 위해 관세를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3% 이상 경제성장률이 우선순위라고도 말했다. 이러한 성장률은 관세에 따른 공급망 혼란과 소비자 타격 시 달성이 어려운 목표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경제팀이 관세 추진 과정에서 복잡한 결정을 내려야 하겠지만 방향은 분명하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한 바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