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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점 T1 퍼퓸아뜰리에. [신세계면세점 제공] |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화장품 시장에서 니치향수(최고급 수제향수)가 꾸준한 인기다. 특히 소비자 사이에서 ‘3대장’으로 불리는 영국의 조말론, 프랑스의 딥티크, 스웨덴의 바이레도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딥티크, 산타마리아노벨라, 에르메스퍼퓸 등의 판권을 보유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니치향수 온라인 매출 신장률은 20.7%에 달한다.
백화점 3사의 향수 카테고리에서 수입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율은 90% 이상이다. 이들의 올해 10월까지 향수 매출은 적게는 7%, 많게는 20% 증가했다.
국내에서 해외 향수 수요가 이어지자, 바이레도는 지난 9월 직진출해 공략에 나섰다.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향수 시장 판매액은 2019년 5317억원에서 2022년 8564억원으로 61% 급성장했다. 올해는 1조585억원으로 불어났다.
향수 시장의 성장성을 예상한 국내 대형 화장품 업체들도 뛰어들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1년 프랑스 향수 브랜드 ‘구딸’을 인수했고, LG생활건강은 2017년 영국 플로리스트 제인패커와 협업해 이름을 딴 브랜드 ‘제인패커’를 출시했다. 하지만 두 브랜드의 인지도는 기대에 못 미쳤다.
국내 인디 브랜드 역시 스킨케어나 색조 브랜드와 달리 향수 분야에서는 두각을 보이지 않고 있다. ‘템버린즈’와 ‘논픽션’이 인지도가 있는 편이지만 핸드크림, 바디워시·로션, 방향제 등 향을 기반으로 한 상품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정통 향수 브랜드와 차이가 있다.
향수는 대표적인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 상품군이다. ‘사치재’ 특성이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향수는 사치재”라며 “색조나 스킨케어는 가성비 제품을 찾지만, 향수만큼은 1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 제품을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기가 좋은 K-뷰티도 가성비 상품 대다수로, 향수는 가성비가 통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는 국내 향수 브랜드의 저조한 활약을 제조 기술과 전문 인력 부족에서 찾는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서 향수를 개발하려는 사람이 적었던 만큼 제조 기술도 발전하지 않았다”며 “향료 자체는 유명 향료사에서 들여와 비슷하지만, 이를 배합하는 원료나 조합하는 기술이 유럽에 비해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향수를 담기 위한 유리 가공 기술도 유럽에 밀린다”고 덧붙였다.
화장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향수는 주재료인 향료나 알코올 대부분이 인화성 물질”이라며 “원료 취급 및 제조, 보관 과정에서 위험물 관리 등 추가로 지켜야 하는 규정이 있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업계는 여전히 향수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데다 고객 충성도가 높아서다. 실제 인기 브랜드 향수 가격을 살펴보면 딥티크(75㎖)와 바이레도(50㎖)가 각각 약 28만원, 조말론(100㎖)이 23만원대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한국 향수 브랜드가 생기고 있지만, 백화점에 입점할 수준의 고급 라인보다 1020세대를 겨냥한 제품이 많다”면서 “니치향수 수요가 이어지는 만큼 K-뷰티에서도 주목받을 향수 브랜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