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女에게 출산휴가, 병가, 연금을”…세계 최초로 법률 공포한 급진적 ‘이 나라’

벨기에, ‘성 노동권 보호법’ 세계 최초로 시행
성매매 여성도 유급휴가·출산수당·연금 받도록


벨기에 항구도시 앤트워프의 한 성매매 부스 유리 안에 빈 의자가 놓여있다. [AP]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성매매가 합법인 벨기에가 성매매 여성들의 출산 휴가·병가·연금에 관한 권리를 법에 명시했다. 이른바 ‘성 노동권 보호법’으로, 이같은 법제화는 벨기에가 세계에서 처음이다.

1일(현지시간) AP통신,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벨기에 정부는 지난 5월 의회를 통과한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신장 법안을 이달부터 시행한다고 공포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성 노동자들은 일반 직업군과 동등한 수준의 노동권을 갖는다. 성 노동자들은 정식 고용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며, 성 매수 고객을 거부할 권리와 성행위 중단 권리 등 기본권이 보장된다. 이러한 거부권 행사가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다.

또 건강보험, 유급휴가, 출산수당, 실업 지원, 연금 등 다양한 복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성매매 여성을 고용하는 포주의 의무 사항도 명시화됐다. 포주는 깨끗한 침구를 비롯해 콘돔, 위생용품 등을 제공해야 하며, 여성의 안전을 위해 업무 공간에 비상 버튼을 설치해야 한다. 또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기 위한 별도의 면허를 취득해야 하며, 성폭행이나 인신매매 전과가 없어야 하는 등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춰야한다.

법안은 2022년 성 노동 합법화에 이은 후속 조치다. 독일, 그리스, 네덜란드, 튀르키예 등이 성매매를 합법화했지만 이처럼 성매매 여성이 정식 고용 계약을 체결하고 포괄적 권리를 보장받는 내용을 담은 법률을 시행한 국가는 없다.

벨기에 성노동자 연합은 “성 노동자에 대한 법적 차별을 종식시키는 거대한 진전”이라며 학대와 착취를 단속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연구원 에린 킬브라이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법을 ‘급진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금까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최고의 조치다. 모든 국가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현지 페미니스트 단체들은 “이 법안은 어린 소녀들과 인신매매 피해자들에게 재앙적이다”라고 비판했다. 벨기에 성 노동자들을 돕는 자선단체 ‘이살라’의 자원봉사자 줄리아 크루미에르는 “폭력적인 직업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매우 위험하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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