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초 4600억달러던 보유액 4100억달러로
2기 트럼프 고환율에 3000억달러대까지 밀릴수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최근 달러 강세에 따라 원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우리나라 외환방파제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환율 오름세가 2022년 달러 초강세 시기와 견줄 정도로 빨라졌기 때문이다.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를 내다 팔아야하는 수요가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2022년엔 6개월간 약 330억달러를 시장에 던져야 했는데, 이번엔 보유고가 3000억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 부진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련 불확실성에 따라 환율 낙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농후해서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달러 강세가 절정이던 2022년 2분기와 3분기 외환당국은 각각 154억900만달러와 175억4300만달러를 순매도했다. 2개분기 만에 약 330억달러를 투입한 것이다.
이는 고환율에 대한 방어 때문이다. 2022년 7월 5일 주간 종가(1300.3원) 기준으로 처음 1300원대를 넘은 환율은 약 2개월 반만인 9월 22일(1409.7원) 1400원대를 돌파했다.
이에 2022년 한 해 동안 시장에 순매도된 달러는 458억6700만달러에 달했다. 2022년 2월까지만 하더라도 4600억달러를 상회했던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약 10%가 증발한 셈이다.
시장에선 이 같은 현상이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엔 환율이 오르는 속도가 더 빠르다.
9월 30일 1307.8원까지 떨어졌던 주간 종가 환율은 약 1개월 반만인 11월 12일(1403.5) 1400원대를 돌파했다. 1개월 반이 채 안 걸렸다. 이후에도 환율은 안정되지 못하고 1400원대 안팎으로 움직였다. 2일 주간 종가도 1401.3원을 기록했다.
앞으로 환율 오름세가 진정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시장 예상을 뒤엎고 최근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깜짝 인하했다.
금리 인하는 통화가치 절하로 이어진다. 경기 부진에 고환율 위험을 무릅쓰고 금리를 내린 것이다. 단기간 내 경기가 호조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낮단 점에서 금리 인하는 기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통화정책 측면에서 원화 가치 방어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예정되면서 우리나라 성장 동력인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관세 인상으로 대표하는 보호 무역주의가 수출 중심인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을 흔들면, 원화 가치도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
대규모 달러 매도가 현실화하면 외환보유액은 3000억달러대까지 떨어지게 된다. 2022년 달러 강세 이후 외환보유액이 아직 종전 수준을 충분히 회복하지 못하고 4100억달러대에 머물러 있는 상태에서 다시 대규모 달러 매도 수요가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조짐이 보인다. 10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56억9000만달러로, 9월 말(4199억7000만달러)보다 42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10월은 달러 강세로 인한 고환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이다. 앞으로 더 거센 외환보유액 감소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2022년엔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고환율이었다면, 지금은 우리나라의 수출이 흔들리면서 경제 기초체력이 떨어져 원화 가치가 낮아지는 상황”이라며 “일본 금리 인상 기대감이 고조하고 엔·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원래 우리나라 환율도 낮아져야 정상인데, 지금 그렇게 보이지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22년 당시보다 지금 상황이 더 좋지 않고, 이 상황에서 환율을 지키려고 하면 3000억달러대까지 외환보유액이 내려가게 된다”며 “지금은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탈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기 때문이고, 그래서 1400원이 ‘뉴노말(새 기준)’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