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야간 미디어 아트쇼
페탈링가 벽화골목서 동심·추억의 한 컷
인공호수에 잠긴듯 푸트라 모스크 볼거리
3륜 인력거 트라이쇼 타고 말라카 낭만
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의 야간 미디어 아트 . 함영훈 기자 |
50~60대는 다른 나라 수도는 몰라도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는 잘 안다. 1960~1980년대 아시아 최고 권위의 축구대회였던 메르데카(독립기념)컵이 이곳에서 개최됐고, ‘골게터’ 차범근의 한국과 ‘골키퍼’ 아르무감의 말레이시아가 패권을 다투던 터라, 이름이 어렵고 길어도 이 도시를 잊을 수가 없었다.
20~40대는 말레이시아를, 2013년에 동남아시아에서 처음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달러를 넘은, 경제·문화 선도국으로 기억할 것이다.
최근 문화·관광 교류가 활성화하고 있는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우정은 이처럼 ‘축구 라이벌’에서 출발해 경제·산업·국제정치 방면으로 협력을 확장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축구 실력에서는 격차가 벌어졌어도 두 나라 모두 경제에서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말라카 네덜란드 광장의 3륜 인력거 트라이쇼 |
가는 정 오는 정 “제대로 사귀자”
흔히 동남아는 한국·일본과 협력할 때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에서 유일하게 지식·고부가가치·자원 산업 파트너로서 협력한다.
안와르 빈 이브라힘 총리가 한국을 방문, 국제정치, 경제, 디지털 신산업 분야 협력 기반을 다지던 지난달 말레이시아 정부와 바틱에어 말레이시아 항공사는 한국 문화·관광 분야의 언론·여행사 관계자들을 초청, 재미나고 우아하게 변모한 이 나라의 매력을 알렸다. ‘바틱’은 말레이인니 지역 고품격 왕실-귀족 옷감을 말한다.
말레이시아는 여타 동남아 국가들과 달리 인프라 투자 등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기 보다 서로 혜택을 주고받자고 하는 점이 다르다. 상호투자 규모도 일방적이지 않고 엇비슷하며, 올해 관광교류 역시 인구 비율에 맞게 한국인이 50만명 가면, 말레이시아인이 30만명이 오는 식의 효과를 기대한다.
말레이시아 관광청의 누왈 파딜라 쿠 아즈미 국제 홍보이사는 한국인에게 방문을 요청라면서 “말레이시아 국민의 한국 방문도 적극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1988년 서울 올림픽 직후 그랬던 것 처럼, 샴페인을 일찍 터뜨릴 뻔 했던 말레이시아가 최근 재도약을 위한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 동남아에서 보기드문 호혜(互惠)적 상생 협력, 비슷한 수의 상호 교류를 통한 ‘찐 우정’을 도모하고 있다.
물에 잠긴 듯한 푸트라 모스크 |
페낭 항구의 낭만에 ‘펀’한 매력
말레이시아에서 문화유산의 도시 페낭과 말라카 항구의 낭만이 여전하다. 다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문화예술과 ‘펀(Fun)’한 매력이 더해졌다. 근교 푸트라자야의 세련미와 겐팅 하이랜드-스카이월드의 재미를 새로 더했다. 말레이시아 제2 도시 조호르바루는 영어교육과 골프레저 관광의 거점이 됐다.
바틱에어 말레이시아 승무원둘의 활달하면서도 친절한 서비스를 받고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내려 바로 달려간 곳은 삼성물산이 시공한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였다.
밤의 트윈타워는 형형색색 조명을 달리하는 미디어아트를 선보였다. 파빌리온 호텔 쿠알라룸푸르 루프탑풀은 훌륭한 미디어쇼 관람석이 되었다.
지난해 삼성물산이 또 완공한 ‘메르데카 118’ 타워빌딩은 첨탑 높이까지 해발 678.9m로, 서울스카이에 비해 100m가량 높다. 해발 452m인 트윈타워 인기가 시들해질지 모른다는 목소리도 들렸지만, 예술이 매핑되면서 여전히 쿠알라룸푸르 최고 랜드마크의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요즘 말레이시아 여행의 백미는 예술이 접목된 관광 콘텐츠다. 2500여 개 작품을 전시하고, 작업실, 교육장 등을 갖춘 국립미술관이 중심을 잡고, 7000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건축물 자체가 글로벌 톱10 걸작에 오른 이슬라믹 아트 뮤지엄이 ‘착한 말레이 무슬림’의 순수한 영감을 제공한다.
수공예 전시·체험관인 쿠알라룸푸르 크래프트 콤플렉스, 현대미술 위주의 전시를 하면서 신진에게 자신감을 주는 일함(Ilham) 갤러리, 소규모 현대미술 갤러리인 UR-MU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골프와 휴양으로만 알려진 보르네오섬의 코타키나발루는 사바주 미술관, 시그널힐 플랫폼, 마린 아쿠아 과학박물관, 사바 아트갤러리 등이 있고, 이섬의 동쪽 부속섬 툰 사카란은 해양공원이 돼 자연 에듀테인먼트를 제공한다.
쿠알라룸푸르 페탈링가 콰이차이홍 벽화골목 함영훈 기자 |
거리에서 느끼는 말레이시아 예술
말레이시아 예술의 독특성은 골목-거리 예술이다. 서해 북부 항구도시 조지타운, 쿠알라룸푸르 남쪽 60㎞ 지점에 있는 세렘반 아트 스트리트, 쿠알라룸푸르 페탈링가 차이나타운 벽화골목 등이 대표적이다.
페탈링가 콰이차이홍 벽화골목은 옛 모습 그대로 빈티지한 분위기 속에 우리의 동심과 어릴적 추억을 자극하는 명품 벽화들로 가득차 사람들이 붐빈다. 말레이시아식 황등이 여러 개 걸려 있는 이면도로에서 작은 터널을 지나 골목에서 안쪽으로 들어가야 중정 형태로 된 벽화 구역을 만난다. 힘겨워도 웃음을 잃지 않던 시절, 아이들과와 어른들의 해맑은 모습에 여행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얹어 추억을 남긴다.
이 도시의 중심부인 메르데카 광장, 센트럴 마켓에서 불과 300~400m 떨어진 콰이차이홍 벽화골목 한켠에는 제르손 바틱 아트 전시 및 체험장이 있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고품격 바틱작품을 감상하고 패션을 구입하며, 옷감 등에 새겨질 컬러 페인팅 체험을 할 수 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북동쪽으로 58㎞ 떨어진 복합위락단지 겐팅 하이랜드, 산꼭대기 테마파크 스카이월드는 팬데믹 시기이던 2022년 문을 열었다.
산중턱의 하이랜드 몰에서 명품에서 빈티지까지 쇼핑을 즐기고,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1768m 정상에 올라 테마파크에서 논다. 테마파크에서는 관람객이 영화속으로 빨려들어가 스릴을 즐기고 지구를 지키는 ‘지구방어대(ESD)’와 폭포 옆 스크류식 청룡열차가 압권이다.
요즘 말레이시아에서는 1999년 조성된 수도권의 행정도시 푸트라자야가 뜨고 있다. 우리의 세종시가 벤치마킹한 행정중심 복합도시이다.
행정의 딱딱함을 상쇄하는 ‘지적인 정원도시’라는 설계 콘셉트로, 여의도의 80배에 달하는 녹지에 거대한 인공호수를 만들고 그 주변으로 첨단과 전통이 어우러진 건물, 각종 조형물이 잘 배치돼 멋진 풍광을 빚어낸다. 물에 잠긴듯한 푸트라 모스크는 분홍빛으로 지어져, 바로 옆 초록빛 총리실 건물과 조화를 이룬다.
말레이시아는 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말라카 네덜란드 광장에 트라이쇼라는 3륜 인력거를 만들고, 쌍둥이 빌딩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입주시켜 클래식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 한식당을 크게 늘리는 등 “이 나라에서 품격있게 잘 놀고 잘 먹었다”는 느낌이 드는 여행 콘텐츠를 대거 확충했다.
마노하란 페리아사미 말레이시아 관광청장은 최근 임페리얼 렉시스 쿠알라룸푸르 호텔에서 하나·모두·교원·내일·메리트·온라인투어, 혜초·참좋은여행, 투어비스, 한진관광 등 실무 책임자와 ‘네트워킹 디너’를 갖고 양국 관광교류 활성화를 당부했다.
한국-말레이시아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는 내년에는 여행분야에서도 전략적 동반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쿠알라룸푸르=함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