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방문, 보수 원로 연쇄 회동 등 행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동료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김해솔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광폭행보가 심상찮다. 위증교사 사건 1심 무죄이후 이 대표는 ‘우클릭’ 행보에 집중하며 외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먹사니즘’으로 대표되는 실용주의를 앞세워 중도·보수층을 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근 경제·정치 분야에서 잇따라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가상자산 투자 소득 과세 2년 유예’에 동의키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초 내년 1월 예정이었던 가상자산세 도입과 관련해 정부·여당과 민주당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양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다가 결론이 나지 않자 민주당은 결국 정부·여당 입장을 따르기로 했는데, 이 대표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 대표가 당 비공개회의 등에서 ‘가상자산 과세가 시스템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취지의 회의론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청년 세대가 가상자산을 이용하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 등이 유예 결정에 고려됐다”고 전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 대표 결단에 따라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에 동의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금투세 시행 입장이던 민주당은 이 대표가 연임에 도전한 전당대회에서 ‘그대로 시행은 안 된다’는 주장을 들고나오자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가 결국 이 대표에게 결정권을 위임했다. 이 대표는 유예 대신 금투세 폐지를 선언, 파격을 선보였다.
이 대표는 정치적으로도 보수층에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의 12월 첫 지역 일정은 ‘보수의 심장부’ 대구·경북(TK)에서 이뤄졌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대구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민주당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협력해 달빛내륙철도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며 “여야가 힘을 모아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특별법, 경주 APEC 지원 특별법도 얼마 전에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은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며 “국가 로봇 테스트 필드 대구 유치, 도시 철도 4호선 건설, 경북도청 후적지의 문화 ICT 특구 지정 등 대구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경북에서 3당 합당 이래 민주당계 정당 후보로서는 가장 많은 득표율(23.80%)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가 보수 진영 정치 원로들과 연이어 만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의 외연 확장 시도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전 처장과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앞서 그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과도 각각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