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통제 상담창구 개설, 다각적 지원 노력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한국 등 다른 나라의 대중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기로 하면서 우리 정부는 국내 기업도 다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이번 미국 조치로 HBM을 생산하는 우리 기업에도 다소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 “향후 미국 규정이 허용하는 수출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삼성전자의 경우 일부 사양이 낮은 HBM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SK하이닉스는 대부분 HBM을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어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첨단 HBM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엔비디아 공급 물량을 대만에 수출한다.
산업부는 “반도체장비의 경우도 통제 대상이 미국의 국가안보 관점에서 중요성이 큰 첨단 수준 반도체장비로 설정돼 있고 이와 관련된 국내 기업은 소수인 것으로 파악되어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정부는 앞으로 반도체장비업계 간담회와 수출통제 상담창구 개설 등을 통해 이번 미국 조치에 대한 관련 기업의 수출 애로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이번 조치는 미국이 국가안보적 관점에서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조치이나, 한미동맹과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양국간 긴밀히 협의해왔다”면서 “면밀히 분석하고 영향을 지속 점검하면서 기업의 수출 애로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방안 모색에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는 4일 반도체장비 업계와의 간담회 개최를 통해 이번 미국 조치의 상세 내용을 공유하고,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와 무역안보관리원(KOSTI)에 ‘수출통제 상담창구’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향후 중국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수출통제 제도 설명회 개최, 가이드라인 배포 등을 통해 업계를 적극 지원하고 조속한 시일 내 미국 정부와 우리 기업 애로사항 등을 집중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HBM 제품,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제조 장비(SME) 24종, 소프트웨어 도구 3종을 신규 대중 수출 통제 대상에 올렸다. BIS는 새로운 규제가 미국에서 만든 HBM뿐 아니라 미국산 장비나 기술을 사용해 외국에서 제조한 HBM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번 미국의 HBM 및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조치에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이 적용된다. FDPR이 적용됨에 따라 미국 외의 제3국에서 생산된 HBM 및 반도체장비라도 특정 요건에 해당한다면 미국산 제품으로 간주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상당수가 제품 설계·제조를 위해 미국이 통제하고 있는 미국산 기술·소프트웨어·주요장비를 사용, FDPR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