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사업 구조조정 단행 통해
국내 최초 해외사업 회수액 1조원
올해 흑자 전환 성공…노사 정상화
‘여성 최초’ 타이틀을 여럿 거머쥔 최연혜(사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최근 미국 경제 주간지 포춘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있는 아시아 여성’으로 선정됐다. 오는 12일 취임 2주년을 맞는 최 사장은 부드럽고 강인한 리더십으로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해 위기에 처한 가스공사를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춘은 매년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을 선정하고 있다. 올해 심사기준은 ▷사업규모 ▷실행전략을 갖춘 비전 ▷사업모델 혁신·생산성 향상·투자유치 성과 ▷산업·경제에 미치는 임팩트 ▷지역사회 평판, 5개 항목으로 평가됐다.
3일 포춘에 따르면 올해 한국인 수상자는 총 7명으로 최 사장은 46위에 올랐다. 공공기관장으로는 처음이며, 최수연 네이버 대표(18위)와 정신아 카카오 대표(45위)에 이은 순위다. 이 외에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51위)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61위) ▷서성석 코스맥스비티아이 회장(64위)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83위) 등이 100인 리스트에 포함됐다. 역대 우리나라 선정자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 등이 있다.
최 사장은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한국철도대 총장을 역임했다. 가스공사 사장에 오르며 국내 최초 여성 에너지공기업 수장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기관장으로 재직하며 얻은 ‘철의 여왕’, ‘잔다르크’와 같은 별명은 그의 남다른 성과와 능력을 말해준다.
2022년 12월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바이어 중 하나인 가스공사 수장을 맡은 최 사장은 이번에는 특급 소방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가스공사는 지난 40년간 엑손모빌, BP 등 해외 주요 에너지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전 세계 12개국에서 23개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해 글로벌 천연가스 산업을 주도하고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반발에 따른 LNG 가격 폭등으로 가스공사의 재정에도 비상이 걸렸다. 가스공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원가의 80∼90% 수준으로 소비자에게 가스를 공급하면서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처했다.
가스공사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직면한 상황속에서 최 사장은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 국내 최초 해외사업 부문 연간 회수액 1조원 달성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올해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최 사장의 노력이 하나씩 결실을 맺고 있다. 여기에는 최 사장이 2018년 이후 6년 동안 전임 사장들이 해결하지 못한 단체협약 갱신에 합의를 이끌어내며 노사 관계를 정상화시켜 조직 역량을 하나로 모은 것도 크게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 사장은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이라는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해외 메이저 에너지 기업들과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특히 1990년대에 맺은 장기 LNG 도입 계약들이 속속 종료됨에 따라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수급안정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국내 천연가스 분야에서는 공공기관·민간기업과 협업을 통해 공공성과 수익성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상생협력 모델 발굴에 나선다.
아울러 심각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여성 인재 양성과 양성평등 가치 확산도 최 사장의 주요 관심사다. 최 사장이 자녀를 키우며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 관리자를 핵심 업무에 배치하고 육아시간제를 도입하는 등 인사 제도적 지원을 통해 여성의 일·가정 양립 실현에 노력하고 있다.
최 사장은 “이번에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 여성 100인에 선정된 것은 개인적인 영광이라기보다 가스공사의 4000여 명 구성원 모두가 함께 일궈낸 소중한 성과”라며 “한 단계 더 성장해 나가는 가스공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