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정리한 투자자들 ‘조선株’ 갈아타기
트럼프 韓조선업 협력 언급에 최대 수혜주 부상
“2차전지 정책 리스크에 이동 수요 커져”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기차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2차전지 업종의 변동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에 트럼프 당선 직후 국내 주요 2차전지주를 처분한 동학개미들의 매매 동향을 살펴본 결과, ‘한화오션’으로 가장 많이 갈아탄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가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 의사를 밝히면서 최대 수혜처로 부상하자 투자자들도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헤럴드경제가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개인주주 계좌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인 지난달 6일~15일(8거래일) 동안 주요 2차전지주를 보유한 고객들이 가장 옮겨간 곳은 ‘한화오션’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별 대장주로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코스피)과 에코프로비엠(코스닥) 전량 매도한 고객들은 매도 금액의 각각 약 6%를 한화오션을 새로 매수하는 데 썼다. 트럼프가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 의사를 밝히면서 국내 투자자들도 조선주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서 2차전지 산업의 정책 리스크가 큰 만큼, 차기 수혜업종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으로도 분석된다. 트럼프 측에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구매 소비자에게 주는 7500달러의 세액공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미국에 진출한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 지급하는 첨단제조 세액공제(AMPC)를 손질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2기에서 전기차 의무화 명령 폐기, 파리기후협약 탈퇴 등으로 2차전지 전방 산업의 수요가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정책으로 펴기 전까지 2차전지 밸류체인 투자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반면, 화석연료 생산이 증가할 경우 LNG선 건조 수요도 늘어나 한국 조선업종에는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2차전지 테마라고 하더라도 코스피·코스닥 배터리 개미들이 각각 생각하는 대안은 다소 달랐다. 코스피 시장에서 LG엔솔 기존 주주들의 선호도는 반도체와 바이오로 요약된다. 이들은 LG엔솔 보유 주식 전량을 정리한 뒤 SK하이닉스(5.2%)와 삼성전자(4.0%), 알테오젠(2.8%)과 유한양행(2.4%) 순으로 많이 갈아탔다. 증권가에선 트럼프 집권 시 반중(反中) 정책으로 한국 바이오 업체와 조선업체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주목한 바 있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서 에코프로비엠을 보유했던 주주들은 여전히 포트폴리오에서 ‘2차전지’를 놓지 않는 모습이다. 이들은 삼성전자(4.15%) 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3.32%), 에코프로머티(2.8%), 포스코퓨처엠(2.7%) 순으로 주식을 새로 사들였다. 다만, 트럼프 당선 이후 이달 2일까지 에코프로머티(-29.9%)와 포스코퓨처엠(-25.4%)은 20% 넘게 떨어진 상태다.
한편, 2차전지주를 들고 있는 주주들의 성적표도 대체로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15일 기준 에코프로비엠 보유 고객 7만7700여명의 평균 수익률은 -39.8%로 집계됐다. 이들 계좌의 94.2%가 마이너스 상태로, 평균 손실 금액은 703만원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을 보유한 6만7000여명의 주주들의 경우, 평균 수익률 -5.84%로 그나마 낙폭이 적었다. 보유 고객 66.2%가 손실을 봤으며 평균 손실금액은 239만원으로 집계됐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정책 불확실성, 펀더멘털 관점의 수요 둔화 등에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