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쇼츠 좀 그만!…옥스퍼드 올해의 단어 ‘썩은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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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영국 옥스퍼드 사전의 올해의 단어로 ‘Brain rot(썩은 뇌)’이 선정됐다.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BBC 등에 따르면 옥스퍼드 사전을 발간하는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이날 3만7000명 이상이 참여한 투표를 통해 2024년을 대표하는 단어를 선정, 발표했다.

6개 후보 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Brain rot’은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쇼츠’ 등 짧은 영상을 과도하게 소비하는 행위로 인해 정신적·지적 능력이 퇴보한 상태를 의미한다.

옥스퍼드대 출판부 측은 “소셜미디어의 저급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과잉 소비하는 현상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경계하는 의미에서 이 용어가 새롭게 주목받았다”고 설명했다.

BBC에 따르면 올해 이 용어의 사용 빈도는 지난해와 비교해 230% 늘었다.

이 용어는 인터넷 신조어는 아니다. ‘Brain rot’은 1854년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저서 ‘월든’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소로는 “잉글랜드는 썩은 감자를 치료하려 노력하면서도 뇌 썩음은 왜 치료하지 않느냐”며 복잡한 사고를 기피하는 당대 영국인들을 비판하는 데 이 표현을 사용했다.

앤드류 프르지빌스키 옥스퍼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 단어는 현 시대가 직면한 문제를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 중독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불안과 불만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옥스퍼드 사전 출판 책임자 캐스퍼 그래스월은 “특히 Z세대와 알파세대가 이 용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소셜미디어의 해로운 영향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풍자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뇌 썩음’ 외에 올해의 단어 최종 후보에는 단정한 스타일을 의미하는 ‘드뮤어’(demure),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 연애 소설과 판타지 소설을 결합시킨 문학 장르인 ‘로맨타시’(romantasy), 인공지능을 사용해 온라인에서 생성한 저품질 콘텐트 ‘슬롭’(slop) 등이 올랐다.

한편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매년 그해의 사회상을 대표하는 단어를 선정해오고 있다. 2023년에는 ‘Rizz(매력)’, 2022년에는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고 제 멋대로 구는 태도를 뜻하는 ‘Goblin mode(고블린 모드)’, 2021년에는 ‘Vax(백신)’가 각각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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