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발주처에 밤샘 통화 대응”…건설업계도 비상대응시스템 가동[부동산360]

대우건설, 비상경영회의를 열어 외부환경 대비
해외 경쟁업체 ‘한국 불안’ 이용할까 우려
발주처도 국내 건설업 수주 보수적 대응할 수
국내 부동산 매수심리 위축도 우려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비상계엄 선포에 긴장했던 국내 건설사들은 계엄 해제에 안도하면서도 향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금융시장 불안 등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서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로 건설사들은 밤새 해외 발주처를 안정시키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는 모양새다. 계약이 해제되는 등 당장의 타격은 없겠지만 향후 수주에는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안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대우건설은 오전 8시 김보현 대표이사 내정자의 주재하에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비상대응시스템을 가동하는 등 외부환경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해외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이번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사태가 해외 공사 현장들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상경영회의를 통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금융, 원자재 등 외부 시장 동향에 대해 면밀하게 파악하는 한편 발주처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시공 중인 현장과 수주 예정인 프로젝트 관리에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건설사업 수주에는 경쟁자가 있기 마련인데 다른 국가의 경쟁회사에서 비상계엄을 언급하며 마케팅할 것이 우려된다”면서 “특별한 호재가 없는 수주환경에서 정치권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건설사들뿐만 아니라 해외에 법인을 두고 있는 건설 관련 산업 관계자들도 새벽에 잠을 설치며 국제전화에 대응했다.

한 대형 설계사무소 대표는 “캄보디아에서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함께 사업을 하는 파트너로부터 새벽에 전화를 받고 해명하느라 밤을 새웠다”면서 “앞으로 추가 수주를 할 때도 해외 발주처들이 보수적으로 나올 것이 뻔한데 걱정”이라고 했다.

내부적으로는 정치불안이 경제불안으로 이어져 국내 부동산 매수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수는 “부동산은 주식처럼 환가성이 크지 않아 단기간에 가격 움직임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정치가 불안해지면 투자는 부동산에서 현금 또는 금 등 안전자산으로 옮겨갈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부동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계엄이 짧은 시간에 해제되며 건설사들의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제조업처럼 납품 기한이 짧고 환율 등 외부요인을 많이 받는 산업군에 비해 건설업은 오랜기간 원자재를 준비하고 시공 기간을 길게 갖고 있어 국내 정치권의 상황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해외에서도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4일 대통령실에서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여 만이다.

비상 계엄 사태에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 주가는 큰 폭으로 출렁였고, 환율은 변동성이 확대됐다. 1400원대를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빠르게 오르면서 한때 1442.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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