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고환율 효과가 압도, 외환보유액 -3억불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미국 주식시장 호조 등으로 외화자산의 운용수익이 늘었으나, 고환율 효과가 더 강하게 작용했다. 달러화 강세로 인해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큰 폭 줄어든 것이다. 고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달러 매도 개입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11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달러로 전월 말 대비 3억달러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은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했으나, 10월(-42억8000만달러) 크게 줄어든 뒤 11월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11월 외환보유액은 사실 외화자산 운용수익 측면에선 늘어날 가능성이 있었다. 외환당국은 외환보유액으로 미국 등 해외 자산에 투자해 운용수익을 노리는데, 최근 미국 증시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운용수익은 상당 폭 늘어났다. 과거 저금리로 발행된 채권이 비교적 높은 금리로 ‘롤오버(교체)’된 효과가 점차 나타나면서 이자 수익이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환율 효과를 극복하진 못했다. 미국 달러화 강세가 워낙 거세다 보니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큰 폭 감소한 것이다. 11월 중 미달러화지수는 약 2.0%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운용수익이 발생하고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도 증가했으나, 미 달러화 강세에 따른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빠르게 튀어 오르는 환율을 억제하기 위한 달러 매도 개입도 외환보유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시대의 재림이 확정된 뒤 1400원대를 넘나드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날에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일보다 1.6원 오른 1402.9원을 기록했다.
외환보유액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유가증권 3723억9000만달러(89.6%), 예치금 191억3000만달러(4.6%),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149억달러(3.6%), 금 47억9000만달러(1.2%), IMF포지션 41억9000만달러(1.0%)로 구성됐다.
10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3조2611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일본 1조2390억달러, 스위스 9374억달러, 인도 6821억달러, 러시아 6316억달러, 대만 5768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 4347억달러, 홍콩 4214억달러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