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도 계열사별 회의…환율 촉각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 시민 및 이를 저지하는 경찰 병력들이 모여 혼잡스러운 상황을 빚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비상 계엄령 해제의 여진이 유통가에도 이어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이날 오전 그룹 전략실에서 긴급 점검 회의를 소집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따른 신세계그룹의 긴급 점검회의가 이날 오전에 열렸다”고 말했다. 계엄령이 해제됐지만 불안감이 커지면서 향후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부 계열사들이 계엄 해제 후에도 점검회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일부 회의에서는 환율 변화에 대응 논의가 의제에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오후 11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후 1442원까지 급등했다. 지난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16.4원까지 내렸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강달러가 계속되면, 원자재 가격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식품사도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품 대기업 관계자는 “긴급회의 형식은 아니었지만 이날 오전 있었던 정기 임원회의에서 계엄령 해제에 따른 식품 수출 전량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환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계엄령 선포 국면까지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원자재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 기업이 어려워지진 않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계엄 해제 여파가 ‘성탄절 특수’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집회·시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실제 촛불집회가 이어진 2016년, 교통마비·신변안전 등을 이유로 시민들이 백화점·호텔을 찾지 않아 관련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기도 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오늘 오전 정기 임원회의가 예정돼 있다”며 “계엄 해제가 매출에 미칠 상황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엄령이 선포되고 해제되는 사이 유통업계는 비상연락망을 가동하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계엄 상황에 대해 실시간으로 보고가 이뤄지는 등 밤새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다”고 전했다.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도 비상이 걸렸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계엄령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 임원들은 온라인을 통해 긴급히 대응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커머스 업체의 주요 임원들도 상황을 지켜보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쿠팡과 G마켓, 11번가 등의 주요 이커머스는 특히 계엄령 선포 후 내려질지 모를 ‘통행금지’ 여부에 촉각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통행금지가 내려지면, 새벽 배송이 힘들어져 영업 자체에 큰 타격이 될 수 있어 추가 조치 여부를 지켜봤다”고 했다.
한편 계엄령이 선포되자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한국 주요 기업의 주가는 크게 출렁였다. 쿠팡은 미 동부시간 오후 12시 40분 기준 전장보다 4.4% 하락한 23.75달러에 거래됐다. 쿠팡은 이날 계엄 선포 소식에 뉴욕증시에서 장중 9.8%까지 낙폭을 키웠다가 계엄이 해제되면서 낙폭을 줄였다. 포스코홀딩스(-4.3%), 한국전력(-2.9%), KB금융(-2.7%) 등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는 다른 기업들도 장중 약세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