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에 열등감, 흉기 70회 휘둘렀다…伊 뒤집은 20대 살해범 최후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 3일(현지시간) 종신형을 선고 받은 필리포 투레타. [RAI/LaPresse, AP]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지난해 11월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알프스 산기슭 외딴 지역에서 22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의 머리와 목 등에서는 70군데가 넘는 자상이 발견, 이탈리아 전역을 충격에 빠트렸다.

피해자는 명문 파도바 대학의 졸업을 앞둔 줄리아 체케틴(22). 그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범인은 전 남자친구 필리포 투레타(23)였다.

줄리아의 학과 동기인 투레타는 전 여자친구인 줄리아가 자신보다 먼저 졸업한다는 사실에 분개해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레타가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한 줄리아에게 다시 만나줄 것을 요구했다가 거절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도 전해진다.

줄리아가 주검으로 발견 된 건 투레타를 만나러 외출했다가 실종된 지 일주일 만이었다. 이탈리아 언론은 줄리아가 실종된 초기부터 이 사건을 집중 보도했고, 결국 줄리아가 주검으로 발견되자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대학생들은 여성혐오 폭력에 소리 높여 저항하라는 의미에서 수업 중 다 같이 책상을 손으로 내리치는 시위를 벌였다. 이탈리아 곳곳에서 촛불 집회도 열렸다.

전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된 줄리아 체케틴. [줄리아 체케틴 아버지 페이스북 캡처]


그로부터 1년 여가 지난 지난 3일, 이탈리아 법원은 투레타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투레타는 줄리아가 시신으로 발견된 다음 날 독일에서 검거돼 이탈리아로 송환됐다. 그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했다.

그 해 12월에 열린 줄리아의 장례식은 TV로 생중계됐고, 1만명 이상의 추모객이 몰려 22살 여대생의 허망한 죽음을 애도했다. 추모객들은 페미사이드(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것)를 추방하자는 의미의 빨간색 리본을 옷깃에 달았고, 여성 폭력에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종과 열쇠를 흔들었다.

줄리아의 아버지 지노는 당시 추도사에서 “딸의 죽음은 여성에 대한 끔찍한 폭력의 재앙을 종식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줄리아의 여동생 엘레나는 투레타가 ‘괴물’이 아니라 ‘가부장제 문화가 낳은 건강한 아들’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뿌리깊은 남성 우월주의에 대한 지적이었다.

줄리아의 아버지 3일 재판이 끝난 뒤 “정의가 이루어졌고 존중받아야 하지만 인간으로서 패배감을 느낀다”며 “젠더 폭력은 형벌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예방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이탈리아에서 살해된 여성 96명 가운데 51명이 현재 연인 관계거나 예전 연인이었던 남성에게 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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