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주산지 중심의 농산물 생산에 대한 고민


요즘엔 ‘근교농업’이라는 용어를 쓰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인구 밀집 지역인 도시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농업을 일컫는 말인데, 소비지 인근에서 물류비를 적게 들이며 고부가 원예작물을 생산하던 중요한 생산방식이었다. 근교농업은 1958년 정부가 수립한

에 채소와 과일 증산을 포함하면서 크게 발달했다. 국민 영양개선에 채소와 과일의 공급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 통일벼로 주곡인 쌀의 자급을 이룬 이후 빠르게 보급된 비닐하우스 재배기술은 연중 채소생산을 가능하게 하였고, 근교농업이 도시권 수요 원예작물의 주요 생산기반이 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급속한 산업화로 도시 주변지역이 주거지와 산업단지 등으로 바뀌고 토지가격이 급등하면서 근교농업은 점차 쇠퇴하게 된다. 아울러 수도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대형 소비수요는 품목별 재배 적지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주산지가 만들어지는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배추 주산지가 전남 해남과 강원도 고랭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 대표적이다. 대형 농산물 도매시장과 도매법인이 농산물 유통의 큰 축이 된 것도 그에 기인한다.

주산지의 발달은 농산물 수량예측이나 출하관리 등에 유리한 면이 있지만 다년간 연작에 따른 병해충 밀도증가와 연작장해 등은 또 다른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자주 발생하는 이상기상은 주산지의 생산성을 악화해 수급불안을 가중시키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한 생산 적합지대의 북상과 변동과는 별개로 매년 반복되는 수급불안은 국내 농산물 생산구조에 대한 정책당국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금년에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최근의 기후변화는 여태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극한의 기상현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변화의 방향도 예측할 수 없게 진행하고 있다. 특정한 작물 생육에 적합한 기후환경이 주산지의 조건이라면 조만간 그 개념은 희박해 질 수 밖에 없고, 특정지역에 편중된 농산물 생산 구조는 수급에 취약요인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양한 기상환경에 적응력이 높고 온난화의 영향으로 발생이 폭증하고 있는 병해충에 저항성인 품종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재배기술 개발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디지털육종과 스마트 농업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것과 산업공단에도 식물공장 설치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한 농식품부의 움직임은 결국 같은 궤인 것이다.

요즘 여러 곳에서 우주농업 연구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너무 먼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많지만, 어쩌면 조만간 우리가 사는 지구도 우주농업을 목표로 개발한 기술들을 써야만 농사가 가능한 별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농작물 생산이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기술 개발은 당장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기후 위기를 오롯이 겪게 될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시설 내 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농업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계획생산이 가능하고, 수급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효원 농촌진흥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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