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계엄령 선포 바이든 정부 당혹” …WSJ “尹, 큰 정치적 실수”

주요 외신, 계엄령 선포·해제 긴급 보도
로이터 “80년대 후 민주적 한국에 큰 충격파”
닛케이 “동아시아 안보에 영향 줄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빛나·김영철·정목희 기자] “정치적 도박(英 파이낸셜타임스)”, “큰 정치적 실수(美 월스트리트저널)”

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외신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주요기사로 다루며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위태워졌다는 평가와 함께 한미동맹 등 한국의 외교적 노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FT “정치 도박에 실패한 尹, 임기 채울지 의문”

AP통신과 로이터통신, AFP통신 등은 3일 밤 일제히 ‘한국 대통령 계엄 선포’ 제하의 기사를 신속히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윤 대통령은 야당의 행위로 정부가 마비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령을 통해 자유 민주 국가를 재건하겠다고 말했다” 등과 같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속보로도 잇따라 내보냈다.

그러면서 로이터통신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1980년대 이후 민주적이라고 여겨온 한국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발 속보에서 계엄사령관 임명 등의 사실을 전하면서 일체의 정치활동이 금지된다는 포고령 내용도 보도했다.

3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직후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메인화면 [NYT캡처]

또한 주요 외신은 분석 기사를 쏟아내며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5시간 반만에 해제했지만 정치 생명이 더욱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지지율이 20% 이하로 떨어진 윤 대통령은 이제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어려운 질문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브뤼셀 거버넌스 아카데미 의장은 “윤 대통령은 큰 정치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평가했다. 트로이 스탠가론 미국 싱크탱크 윌슨의 한국 전문가는 “충분한 설명이 없다면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국내 정치 분쟁을 해결하려는 용도로 해석될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윤 대통령이 과거 경제적 업적을 이룬 군부독재를 칭찬한 이력을 언급해 야당으로부터 한국의 독재주의를 부활시키려 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며 “분석가들 사이에선 윤 후보가 이번 정치적 도박에 실패한 후 오는 2027년에 만료되는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 “韓 계엄령, 한미동맹 시험대”

계엄령 선포가 한국의 외교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서방 외교관을 인용해 “계엄령 선포는 한국의 다자 외교 노력을 어렵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계엄령 선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시점에서 나왔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무역, 주한미군 문제를 놓고 한국과 갈등을 맺은 바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미국의 한국과 동맹이 수십 년 만에 최대 시험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그간 ‘민주주의 대 독재’라는 틀로 외교 정책을 펼치면서 러시아, 중국, 북한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를 어떻게 다룰지 “힘든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또 “계엄령 선포로 바이든 정부가 당혹했다”며 “한국이 지난 수십년간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였던 이유는 한국이 민주주의의 봉화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엄령 선포에 대해 “아시아에서 미국의 소중한 동맹국 중 하나(한국)에서 정치적 혼란을 초래했다”면서 “그러나 윤 대통령의 책략(ploy)은 긴박한 밤사이에 역효과를 낳았으며 서울에서 해가 뜰 무렵에 그는 한발 물러섰다”고 전했다.

WP “尹, 과거 군부 통제에 대한 기억 되살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앞을 계엄군들이 가로막고 있다. 이상섭 기자

외신들은 이번 결정이 윤 대통령의 국내 안보 위기에 따른 결정이 아닌 ‘정치적 결정’으로 판단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윤 대통령의 행보가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상케한다며 “그는 핵폭탄을 사용했다”며 “(계엄령 선포로) 자신의 행정부를 구하려했으나 이제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AP통신도 윤 대통령이 애초 계엄령을 선포한 배경을 “야당이 장악한 의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상징적 조치”라는 시드니 사일러 전(前)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의 발언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3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기사를 다룬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메인 화면 [WP 캡처]

워싱턴포스트(WP)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많은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1980년대 후반에 민주주의로 전환되기 전까지 군사 통치가 어떻게 사용됐는지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되살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계엄령 선포는 6시간만에 해제됐지만, 민주주의로 유명해진 한국에서 추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비상계엄을 온라인 머릿기사로 다루며 “비상계엄 선언은 1980년 민주화 운동 이래 44년 만이다”며 “한국 정국이 불안정해져 동아시아 안보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비상계엄 선포를 긴급 뉴스로 전했다. 중국중앙TV(CCTV)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더불어민주당의 당 소속 의원에 대한 국회 소집령 등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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