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탄핵 공식화, 여권 이탈표 나올까
개혁과제 동력 상실 우려, 민심 악화 부담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비상계엄 파장’이 이번주 대한민국을 잠식했다. 야당의 입법 폭거에 맞서려던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는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며 정국을 ‘계엄 블랙홀’로 밀어넣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공식화됐고 개혁과제도 동력을 잃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권 내에서는 8년 전 탄핵 재발을 막아야한다며 단일대오 구축을 시도하고 있지만, 성난 여론을 쉽게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 |
▶탄핵열차 출발…‘이탈표 싸움’에 여권 분열 노리는 野=정명호 의사국장은 5일 오전 0시30분 경 개의한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탄핵안 2건을 보고했다.
국민의힘 불참 속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본회의가 열렸다. 그간 역풍 우려에 탄핵 언급을 조심스러워했으나, 비상계엄 선포를 계기로 태세를 전환한 것이다.
국회는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탄핵 소추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탄핵안 통과를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국민의힘 의석이 108석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8표 이상 이탈표가 필요하다.
이탈표 싸움이 중요한만큼 야당은 비상계엄의 부당성 등을 알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야당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당론으로 정했다. 탄핵 찬성표가 재적의원 3분의 2인 200명을 넘긴다면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몰랐다. 답답할 따름” 용산·부처도 술렁, 개혁과제 위기= 계엄 파장이 미치는 영향은 국회 뿐 아니라 대통령실, 각 부처들도 술렁이게 한 건 마찬가지였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전 소집한 국무회의에서 숱한 국무위원들의 반대에도 비상계엄 선포를 밀어부쳤다. 당시 국무위원들은 경제, 외교 등 각 분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참모들도 비상계엄 논의에서 배제됐다고 한다.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들이 일제히 사퇴의사를 밝힌 것 또한 이번 사태 여파를 드러낸다. 말을 아끼고는 있지만 대통령실 내에서도 “왜 윤 대통령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 우리도 모르겠다”, “답답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양극화 타개’를 집권 후반기 과제로 삼아 국정운영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계엄 이슈가 각종 국정과제 논의를 집어삼키면서 동력을 잃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각 부처들도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사태 수습을 위해 골몰에 나섰다.
4일 오후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시민촛불’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 |
▶ 외교도 스톱, 커트 캠벨 “심판오판” 평가…전국서 촛불집회 시작=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도미노 충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비상계엄이 해제됐지만, 이번주 예정됐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의 방한은 전격 취소됐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내년 1월 방한 일정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4일(현지시간)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심한 오판”(badly misjudged)이었다고 혹평했다. 캠펠 부장관은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심한 오판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계엄법의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이 한국에서 깊고 부정적인 울림이 있다”고 말했다. 북러 협력강화,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비상계엄 파장이 대외신인도 악화를 야기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탄핵소추 가결 여부를 떠나 윤 대통령은 악화된 여론도 마주해야한다. 전일 전국에서는 윤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각종 집회가 열렸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촛불집회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