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10%↓·신한지주 6%↓…“주가 바닥 근접”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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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탄핵 정국이 가시화되며 국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시계 제로’ 상황으로 치닫는 모양새인 가운데, 그동안 ‘밸류업 프로그램’ 모범생으로 불리던 금융주가 동반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B금융은 전 거래일 대비 9600원(10.06%) 내린 8만5800원에 마감했다.
신한지주(-5.50%), 하나금융지주(-3.25%), 우리금융지주(-3.77%), 메리츠금융지주(-3.46%), 삼성화재(-5.20%), 기업은행(-3.50%), 삼성증권(-3.78%), 키움증권(-5.32%) 등도 일제히 내렸다.
‘친(親)가상화폐 인사’의 차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선임에 따른 기대감에 오른 한화투자증권(15.07%)을 제외하면 대부분 종목이 내렸다.
비상계엄 사태 이튿날인 전날에도 금융주는 동반 약세를 보인 바 있다.
이날 업종별 등락률을 봐도 보험(-3.69%), 금융업(-3.59%)이 가장 낙폭이 컸다. 증권(-2.22%) 역시 하락했다.
배당 기대감에 외국인 매수세가 컸던 현대차(-2.15%), 기아(-4.18%)도 약세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 정책 중 하나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되돌려지는 모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윤석열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대한 추진 동력에 대한 의구심이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낮아지는 배당 기대감에 비해 지속적인 원/달러 환율 상승이 외국인들의 매도 욕구를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 순매도 금액 상위 종목 1위는 삼성전자(3443억원)였고, KB금융(1433억원), 신한지주(582억원), 기아(253억원), 하나금융지주(24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은행은 정부가 주도한 밸류업 정책에 가장 잘 부합하는 업종으로, 특히 주주환원 확대 여력이 큰 3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연초 이후 평균 50% 상승하며 코스피를 평균 57% 상회했다”며 “순이자마진 하락에 따른 성장세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주주환원 확대와 그에 따른 총주주수익률(TSR) 제고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올렸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선포한 비상계엄령이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밸류업 기대가 단시간에 무너지고 있게 됐다는 것이다.
김도하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그 어떤 경제 상황 및 규제 환경에서도 기존 예상대로 환원책이 이행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주체는 없을 것”이라며 “연중에 발표된 주주환원 정책을 원안대로 이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는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짚었다.
다만 그는 “기업 공시의 책임, 증시의 국제 신뢰도 등을 고려하면 모든 것이 백지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비현실적”이라며 “기대 수익률을 고려하면 현 수준의 하락은 과도하다”며 주가가 바닥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도 “밸류업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는 큰 암초를 만났지만, 코리아 디스타운트 해소라는 금융당국의 목표는 불변의 영역”이라며 “정책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