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대기업들이 소유구조가 비교적 투명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가운데 국외 계열사를 통한 간접 출자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지주회사의 매출액 중 배당수익의 비중은 2018년 조사 이래 처음 5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5일 발표한 ‘2024년 지주회사 소유출자 현황 및 수익구조 분석’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88개 대기업집단 중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곳은 43개였다. 지난 2018년 첫 조사(22개)와 비교하면 2배가량 늘었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
지주회사 체제는 지주회사가 수직적 출자를 통해 나머지 계열사 전반을 자·손자·증손회사로 지배하는 소유구조다. 구조가 단순하고 투명해 경영을 감시하기 쉽고 사업 부문 간 위험 전이를 방지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지주회사 중 총수가 없는 41개사를 분석한 결과, 전환집단 소속 일반지주회사에 대한 평균지분율은 총수 24.7%, 총수일가 47.7%로 나타났다. 지난해 총수 23.2%, 총수일가 46.6%와 비교하면 소폭 늘었다. 지주회사가 아닌 일반 대기업집단의 총수·총수일가의 평균지분율(22.4%·40.2%)보다는 높다.
올해 지주회사의 평균 출자단계는 3.4단계로, 일반 대기업집단 평균(4.4단계)보다 낮았다. 수평형·방사형·순환형 출자 등을 제한한 결과로, 지주회사가 비교적 단순·투명한 출자구조를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공정위는 분석했다.
연도별 지주회사 전환집단 추이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다만, 행위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국외 계열사나 지주체제 외 계열사로 인해 출자구조가 복잡한 사례도 여전했다.
지주회사 소속 47개 국외계열사가 43개 국내계열사에 대해 73건 직접 출자를 하고 있었다. 국내계열사에 직접출자한 국외계열사가 많은 집단은 롯데(16개), SK(9개), LX·동원·원익(각 3개), 코오롱(2개), LG·GS·한진·LS·두산·OCI·에코프로·한국앤컴퍼니그룹·동국제강·DN·하이트진로(각 1개) 등이었다.
지주회사가 국외계열사를 거쳐 국내계열사로 간접 출자한 사례는 32건으로, 전년보다 7건 늘었다. SK(9건), 원익(4건), LX·동원(각 3건), 하이트진로(2건), LG·GS·한진·LS·두산·코오롱·OCI·에코프로·한국앤컴퍼니그룹·동국제강·DN(각 1건) 등이 이에 해당하는 사례였다.
규제를 우회한 부당한 내부거래나 사익편취 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우회 출자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분석 대상 368개 회사는 총수일가 등이 체제 밖에서 지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28개(62%)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에 포함됐다. 228개 중 지주회사의 지분을 가진 회사는 25개였다. 총수 일가가 체제 외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를 통해 지주회사에 간접적으로 출자했다는 의미다.
지주회사의 국내 계열회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12.6%로, 총수가 있는 일반 대기업집단(12.4%)과 비슷했다. 국내 내부거래 비중이 많이 증가한 집단은 셀트리온(22.03%p), 부영(4.39%p), 반도홀딩스(3.20%p) 순이었다. 감소한 집단은 HD(-3.05%p), HD현대(-2.48%p), 삼양(-2.04%p) 등은 많이 줄어든 기업으로 꼽혔다.
대표지주회사의 매출액 중 배당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0.2%로 집계됐다. 2018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 50%를 돌파했다. 배당외수익의 대표적 유형은 상표권 사용료(1조3806억원), 부동산 임대료(2182억원), 경영관리 및 자문수수료(1669억원) 등이었다.
통상 대표지주회사는 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수익이 주수입원이다. 일명 ‘간판값’으로 통하는 상표권 사용료, 자문수수료 등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부당한 거래 우려가 제기됐는데 일정 부분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배당수익의 비중이 높은 집단은 농심(100%), 태영(99%). OCI(94.9%), 에코프로(85.8%), 하이트진로(85.0%) 등이었다. 간판값 상위 5개 집단의 총액은 올해 9925억원으로 전년 대비 323억원 늘었다. 세부적으로 LG(3545억원), SK(3183억원), CJ(1260억원), GS(1052억원), 롯데(885억원)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