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폭풍’에 밸류업 동력 저하 우려

정치 혼란 불확실성 추가 악재
시행 2주 펀드 집행 규모 미미
민간자금 1000억 중 300억 집행
밸류업 ETF로는 150억 못미쳐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도입 첫해부터 ‘계엄령 후폭풍’이라는 악재로 위기에 빠졌다. 내년 경제 성장률 하락 전망에 국내 정치 불확실성마저 드리우면서 밸류업 동력 저하 우려가 나온다. 지수 및 상장지수펀드(ETF) 상승률이 저조한데다 자구책으로 내놓은 밸류업 펀드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거래소 등 금융당국이 조성한 밸류업 펀드(2000억원) 중 3일 기준 민간 자금(1000억원)에서 300억원이 집행됐다. 300억원 가운데 밸류업 ETF로 들어온 자금은 48%가량으로 150억원이 채 안 되는 규모다.

밸류업 펀드는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증권 유관기관들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원하도록 조성한 자금이다. 규모 면에서 거래 활성화를 위해 턱 없이 부족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지난달 21일 집행된 뒤 2주가 지났지만 집행된 규모도 미미한 수준인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랜만에 추진하는 정책 치고는 아직 (규모와 집행이) 미진하다”며 “상징성에 의의를 둬야한다”고 했다. 다만 밸류업 펀드는 순차적으로 집행될 계획으로, 5000억원 규모로 추가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

밸류업 펀드는 도입 전 시장의 기대를 받았다. 밸류업 펀드 조성 계획 발표 당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1.35% 오르기도 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세로 증시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이 기대되면서다. 그러나 밸류업 펀드가 집행 된 뒤에도 관련 ETF 수익률은 개선세가 보이지 않는다.

패시브형 밸류업 ETF 9개의 최근 일주일(11월26일~12월3일) 수익률 평균은 0.24%다. 지난 달 한달 평균 수익률은 -5.07%이며,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 9개 수익률 평균은 -5.4%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수익률(-5.14%)보다 낮다. 한 달간 밸류업 ETF 12개로 들어온 자금도 2766억원에 불과하다.

‘계엄령 후폭풍’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추진 속도 저하 우려 나온다. 국무위원 전원 사의와 더불어 윤석열 정부의 자본시장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밸류업 추진도 더뎌질 것이란 관측이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금을 집행하는 기관 입장에서도 정책을 집행하는 집행자 내지는 집행 기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을 때는 관망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걸 기다리면서 (밸류업 관련 정책 등이)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은 이 같은 우려를 발빠르게 반영했다. 전날 금융주가 급락한 건 밸류업 부진을 전망하는 투자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금융주는 통신주와 함께 대표적인 배당주로 연말 수요세가 강하다. 그러나 이날 ▷KB금융(-5.73%) ▷신한지주(-6.56%) ▷하나금융지주(-6.67%) 등이 금융주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KT(-1.64%) ▷SK텔레콤(-2.00%) ▷LG유플러스(-0.87%) 등 통신주와 격차가 컸다.

한 증권사 관계자 “은행은 정부의 규제 측면에 영향을 받는 종목”이라며 “금융감독원의 정책적인 입장이나 금융 안정성을 위해서 배당하지 말라는 게 오랜 기조였다가 최근에 바뀐 건데, 이번 정치적 혼란으로 다시 (배당정책이) 원복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밸류업을 위한 주주 권리 보호 입법 과정도 ‘일단 멈춤’ 상태다. 계엄령이 선포되기 전 여당은 야당이 추진하는 ‘이사 충실 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에 대한 맞불 격으로 소액 주주 보호 강화 방안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했다.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계엄령 이슈로 모든 논의가 올스톱”이라고 했다. 더불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하 신중론을 내비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도 저하됐다.

유동현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