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탈당’ 놓고도 “탄핵 트랙” 다수 반대
한동훈 “당대표 모르게 당론 결정 문제”
‘이탈표 8표’ 우려 속, 與 내홍 심화될듯
5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보고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야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이 서명한 탄핵소추안은 이날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게 된다. [연합] |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6시간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에 놓였다. 더불어민주당 등 6개 야당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한동훈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가 높아졌다.
반대로 당 주류이자 다수인 친윤(친윤석열)계와 중진 의원들은 대통령의 탈당 등 탄핵 수순으로 갈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부정적이다. 탄핵소추안 본회의 표결에서 ‘이탈표 8표’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부결 당론’ 직후 지도부 내 신경전까지 벌어졌다.
4선의 김상훈 정책위의장(대구 서구)은 5일 오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 혼란이 유발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전날 의원총회에서 나온 ‘대통령 탈당 반대’ 기류를 전했다.
김 의장은 “탈당 문제는 곧 또 탄핵으로 이어지는 트랙을 밟게 될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이것을 기회로 탄핵 등으로 해서 헌정질서 중단으로 가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며 “탄핵은 당 내 분열을 일으킬 것이고, 2016년에 우리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겪었던 극심한 국가 혼란이 재연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와 의총에서 ▷내각 총사퇴 ▷국방장관 해임 등 관련자 책임 ▷대통령 탈당을 제안한 바 있다. 한 대표는 의총 직후 “계속 의견 들어보기로 의총에서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고 했지만, 같은 날 오후 추경호 원내대표와 권성동·권영세·김기현·나경원·윤재옥·주호영 의원과 함께 찾은 당정대 회동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대통령 탈당 의견을 전달했다. 그럼에도 김 의장은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와 국정지도자의 모습을 보이려면 (대통령이) 탈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는데 비교적 소수”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수 차례 걸친 의총에서는 친윤·중진 뿐만 아니라 일부 친한계 의원과 초·재선 의원도 반대 발언을 내놓으면서 ‘탄핵안 부결’ 당론이 정해졌다.
한 수도권 중진은 의원총회에서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진영의 혼란상을 언급하며 “국민이 아닌 우리가 탄핵을 주도한 것은 잘못이었다. 나부터 반성하겠다”고 발언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탄핵소추위원이었던 권성동 의원도 “(탄핵은) 모든 시련의 시작이었다”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영남의 중진 의원은 탄핵 이후 자신과 보수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이어진 검찰 수사를 언급하며 “탄핵 이후가 진짜 위기”라고 했다고 한다. 대구의 한 의원은 “뒤집어진 그릇 위에는 홀로 설 수밖에 없다”며 한 대표를 겨냥했다. ‘탄핵이 가져올 불확실성이 경제·외교·안보에 미칠 국가적 악영향을 감안해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반면 6선의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은 의총 직후 기자들을 만나 탄핵안에 대해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방향성을 가져야 되지 않을까”라며 “(탄핵안 표결 불참은) 비겁한 행위”라고 했다. 조 의원은 “(대통령이) 탈당을 해야 한다”며 “만약 탈당하지 않을 경우 대표께서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제명 또는 출당을 시켜야 된다”고 하기도 했다. 4선의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분당갑)은 5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큰 결심을 하셔가지고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오는 결심을 하시는 것”이라며 ‘하야’ 주장을 이어갔다.
대통령 탈당 요구와 야 6당이 추진하는 탄핵안 표결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홍은 친윤·친한 간 계파 갈등이자 ‘탄핵 경험 유무’로 나뉘는 보수 신구(新舊) 갈등, 보수세가 강한 영남과 그렇지 않은 비영남 간 갈등이란 해석으로 확장되고 있다. 당장 6일 예상되는 탄핵안의 본회의 무기명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다수의 이탈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짙어지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과 면담을 마친 뒤 “탄핵안에 대해 한 6명의 (국민의힘) 의원들과 ‘이 상황에서는 국민들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냐’라는 취지로 소통했다”며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탄핵안의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으로, 국민의힘(108명)에서 ‘8명 이상’ 이탈표가 발생하면 통과된다.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론 결정 과정을 둘러싼 신경전도 감지됐다. 한 대표는 “매번 당대표 모르게 당론이 결정된다는 것은 저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 대표는 “앞으로는 의총에서 당론이 결정되기 전에 당대표가 사전에 알아야 할 것이고, 의견을 낼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뒤이어 발언한 추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 반대에 108명 의원의 총의를 모아 반드시 부결시킬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김진·김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