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서울 주요대 총학생회장 비공개 모임도
서울대학교 전체학생총회 소집 공고 및 규탄문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인스타그램 캡처] |
[헤럴드경제=박지영·김도윤 기자] “대통령이 선을 넘었네요. 법의 경계도 넘었습니다. 실망스럽습니다.”(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이모(20) 씨)
지난 3일 늦은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윤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 학생들마저도 등을 돌렸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비상계엄 선포 규탄문을 발표하며 내일 오후 학생총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대 뿐 아니라 고려대, 서강대, 동국대 등에서도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총학생회와 단과대학 학생회장들이 모인 중앙운영위원회를 개최해 현 시국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는 학교도 속속 나오고 있다.
4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서울대학교 재학생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실망스럽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이모(20) 씨는 “계엄은 교과서나 영화로만 접했는데 너무 당황스러웠다”며 “계엄령은 국민의 자유가 침해되는 만큼 그만큼의 국가 위기상황이어야 하는데, 어제 대통령 브리핑 내용만 봐서는 어떤 이유로 비상계엄을 했어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전 세계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고 민주주의의 위기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협치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해 안타까웠다”고 했다.
언론정보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23) 씨는 “공포가 분노로 이렇게 빨리 치환되는 경험이 오랜만”이라며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지키기 위한 계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소통보다 힘을 통한 통제를 원한다면 대통령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이날 “금번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헌정질서를 짓밟는 행위임이 분명하고 국가 권력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기꺼이 권력에 저항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오는 5일 오후 5시 학생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같은 날 서울대 교수회도 교수회장 명의의 긴급 성명을 내 “한밤중에 발생한 정치적 사변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고려대학교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시국선언’을 마친 학생들이 관련 대자보를 부착하고 있다. [연합] |
이날 오후 2시 고려대학교에서는 교수와 연구진 및 학생 약 400여명이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와 탄핵 등을 촉구하는 긴급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학생 연대 발언 및 교내 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파괴를 획책한 윤석열을 즉각 직무 정지시키고 탄핵하라”며 “김용현 국방부 장관, 박안수 계엄사령관 등 내란에 참여한 일당을 즉각 체포하여 엄벌에 처하라”고 주장했다.
동국대학교와 서강대학교, 서울과학기술대에서도 재학생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경희대학교에서도 “우리의 이름을 걸고 윤석열 정권 퇴진을 이뤄내자”라는 실명 대자보가 붙었다. 이 외에도 숙명여자대학교와 건국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도 5일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발표될 예정이다.
현 시국에 대응하기 위해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들이 모인 ‘중앙운영위원회’를 개최하는 학교도 있다. 오창화 한국외대 학생회장은 “비상 계엄을 선포해 학생들의 안전권을 침해하며 학생들이 우려하는 혼란이 야기됐다”며 “이에 대한 입장은 밝혀야 한다고 생각해 오늘 오후 중운위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려대와 연세대 등 서울 주요대학 총학생회장들도 이날 저녁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비공개 모임을 갖고 비상 계엄 선포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함형진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지금 시국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논의를 하기 위해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