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측 운집 인원 1만명…용산까지 행진
400m 떨어진 대한문선 범보수연합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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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시민촛불’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 |
“불법계엄 윤석열은 퇴진하라.” “국민주권 실현하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처음 맞은 저녁인 지난 4일 오후 6시께.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촛불이 광화문에 밝혀진지 약 2958일 만에 또 다시 광화문에 촛불이 등장했다. 전국민중행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등 사회 각계 단체들은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퇴진광장을 열자! 시민촛불’ 집회를 열었다. 오후 7시 기준 운집 인원은 주최 측 추산 약 1만명에 달했다. 경찰의 추산 인원은 2000명이었다.
집회는 참여 대상자들의 변화가 이뤄지며 집회의 성격이 변하는 모습이 감지됐다. 기존 노동계·시민단체 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다수 참가한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시민들은 동화면세점 앞 광장을 가득 채웠을 뿐만 아니라 광화문역 6번 출구에서 코리아나 호텔 앞까지 약 200m 가량을 발디딜 틈 없이 꽉 채웠다. 4살 아들을 안고 집회에 참가한 아버지는 물론 부부, 친구 또는 혼자서 참가한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경기 부천에서 혼자 집회에 참가하러 왔다는 A(16) 군은 “원래는 윤 대통령을 지지했는데 어제 비상 계엄 선포를 보고 민주주의의 위협을 느꼈다”며 “오늘(4일) 집회에 참여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해 광화문에 왔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서울 노원구에서 친구 4명과 집회에 참여했다는 박모(18) 군은 “영화 ‘서울의 봄’에서나 보던 계엄령이 현실에서 선포되다니 믿기지가 않아서 왔다”며 “이제 수능을 끝내고 자유를 즐기려고 했는데, 자유를 박탈하려고 하는 행태에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입을 모아 ‘역사가 반복되질 않길 바랬다’고 입을 모았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계엄의 역사는 국민의 피와 눈물로 점철된 우리의 흑역사”라며 “국민을 상대로 군대를 동원하고 총칼을 들이대는 것은 역사를 우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편과 함께 참여했다는 공무원 박모(54) 씨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집회 이후 처음으로 나온 집회다. 지금까지 나라를 더 어지럽게 만들고 싶지 않아 여러 번 길거리로 나오고 싶었지만 참았다”고 했다. 이어 “비상 계엄 선포는 헌정 질서를 깬 것이지 않냐. 견딜 수가 없어서 어제 밤에 잠을 못 잤다”고 덧붙였다.
취업준비생 황모(25) 씨는 “박 대통령 탄핵 이후로 촛불을 들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라가 더 잘못되면 안 될 것 같아 촛불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 잘못된 선택을 하면 되돌리기 어렵지 않냐. 우리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시간 쪼개서 왔다. 친구들은 직장인이라서 참여하지 못했지만 단톡방에서 마음은 함께 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6살 딸을 데리고 왔다는 김동민(40) 씨는 “45년 전 계엄이 있었다고 하는데 자랑스러운 역사는 아니지 않냐. 가깝게는 대통령 탄핵이 있었는데 정치성향을 떠나서 지금 국민이 지치고 싸우고 다투는 원인에는 용산이 있다고 생각해 잠시 들렀다”며 “분노보다도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오후 7시30분께 본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용산 대통령실로 행진을 이어갔다.
관건은 집회가 전국적인 시민 운동으로 번질지로 모아지고 있다. 촛불행동은 오는 7일 오후 3시 시청역에서 118차 촛불대행진을 ‘전국집중촛불’로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광화문 사거리에서 약 400m 떨어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범보수연합 집회가 열렸다. 다만 촛불집회가 열리기 전 해산해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보수단체는 “종북 주사파 척결”, “계엄을 다시 선포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을 비판했다.
이동근(65) 씨는 “불협화음과 내부의 총질 때문에 계엄령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은 거 같은데 윤 대통령이 어제 말하길 나라를 위해서라고 하지 않는가”라며 “체제를 바로 잡으려면 어쩔 수 없다. 계엄령의 시작과 끝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말고 왜 계엄 말고는 안 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는지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영·김도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