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난 줄 알았다” 한밤중 비상계엄
‘우리 아들 어째’… 뜬 눈으로 밤 새운 장병 가족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자정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계엄군이 진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김도윤 기자] “북한에서 쳐들어 온거냐” “대통령이 미친 줄 알았다.”
지난 3일 심야에 선포된 비상계엄으로 현역 군인들 사이에서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군대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은 “우리 아들이 계엄군이 될 수도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전역한 예비군 사이에서도 “소집되는 거 아니냐”는 불안감이 감돌았다.
복무 중인 A씨는 “다들 계엄령 선포 방송이 나왔을 때 얼떨떨했다”며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황 파악이 잘 안 됐다”고 말했다. 육군으로 복무 중인 B씨는 “자고 있는데 불침번 서고 있던 동기가 깨우더니 큰일났다며 계엄령이 선포됐다고 했다”며 “처음에는 북한이랑 전쟁 난 줄 알았다. 전부 다 군장을 매고 대기하던 상황”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전역한 예비군도 가슴을 쓸어내리긴 마찬가지다. 전역한지 8년이 된 예비군 C(28) 씨는 “회사에서 야근 중에 부모님 연락을 받고 알게 됐는데, 계엄령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농담인 줄 알았고 뉴스를 확인하고 심각성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비군 마지막 연차라 더 당황스러웠고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특수부대에서 군생활을 했는데 데프콘 상황이었던 게 생각나면서 무섭기도 했다”며 “예비군 문자나 연락을 받을 때 계엄령 같은 사태에 소집될 수 있다는 문구를 봤는데 이번에 소집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고 복기했다.
예비군 8년차로 민방위 편성까지 한 달 앞둔 윤모(31) 씨는 “현역들이 전역 연기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예비군인 나는 어떻게 될지 걱정됐다”며 “계엄으로 인한 동원 명령은 전시 동원보다도 피하고 싶은 일”이라며 놀란 심경을 전했다.
특히 3일 밤 계엄군이 국회로 들이닥치며 군대에 아들을 보낸 부모들의 마음은 찢어졌다. 군인아들을 둔 부모님들이 모인 카페에는 비상 계엄이 선포되고 난 이후 약 500여개의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이들은 “만약 조금 더 일찍 입대해 특전사가 돼 불합리한 명령에 의해 내 아들이 국회로 끌려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진다”며 “계엄군들도 다 우리 아들”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군복무 중인 아들을 둔 D씨는 “대통령이 미친 줄 알았다”며 “새벽까지 못 자고 TV만 켜 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