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교과서 어떻게 되는거야?” 계엄령 ‘암초’가 교육까지 세웠다

계엄령 여파에 ‘교육개혁’도 물거품 위기
AIDT 구독료 막바지 협상 잠정 중단 상태
의대생도 규탄 성명 “의대 증원 철회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자정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계엄해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올해 집중 추진된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이 줄줄이 수렁에 빠졌다. 비상계엄령 선포 여파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까지 사퇴 기로에 놓이면서다.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구독료를 둘러싼 교육청과 출판사들의 막바지 협상도 중단됐다. 의대생들의 내년 복귀 여부가 불투명하다. 계엄사 포고령이 의료인 ‘처단’을 언급하면서 소통의 여지마저 닫힌 분위기다.

5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교육부와 시·도별 교육청, 출판사가 이달 착수했던 AIDT ‘구독료’ 협상 일정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구독료는 AIDT를 사용하기 위해 출판사에 지불하는 비용이다. 교육 당국은 가능한 낮게, 출판사는 높게 구독료를 책정하길 원하는만큼 협상은 이달 말에야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됐다.

출판사들 “최악의 경우, AIDT 도입 없이 유지비만 소모”


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AI 디지털 교과서 영어 최종 합격본의 시연 행사에서 관계자가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AIDT)의 주요 기능을 토대로 참여형 수업 및 학생 맞춤교육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AIDT가 내년 3월 학교에 도입되려면 내달 각 교사들이 직접 교과서를 체험해본 뒤 채택하고, 개학 전까지 시스템 보완 작업까지 마무리돼야 한다. 그런데 정부와의 협상 절차가 중단됐고 모든 일정도 미뤄졌다는 것이 출판사 측 이야기다. AIDT를 개발한 출판사 관계자는 “교과서 현장 도입이 늦어질 수도 있다”며 “그간 교사들이 연수를 받으며 준비해온 시간들까지 물거품이 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AIDT 개발 출판사들의 대규모 손해 가능성도 커졌다. 이달 초로 예정됐던 내년도 예산안 확정 일정이 멈추면서 AIDT 교과서를 내년에 도입할지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이미 AIDT 시스템 개발을 마친 출판사 입장에선, 최악의 경우 교과서가 현장에 도입되지 않은 채 시스템 운용 비용만 소모해야 한다. 출판사 관계자는 “시스템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거니까 운영은 해야 한다”며 “교육부로부터 AIDT를 지장 없이 추진한다는 확언이라도 듣고 싶지만 연락을 못 받고 있는 상태”라고 호소했다.

돌아선 의대생 “저런 사람이 추진한 정책 못 믿어”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의사 가운이 남겨져 있다.[연합]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고 있는 의대생과의 소통도 사실상 다리가 끊겼다.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길어지면서 앞서 교육부는 ‘내년 복귀’를 조건으로 휴학계를 승인하도록 했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투쟁을 이어가겠다”며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각에선 지난달 야당 주도로 마련된 공식 협상 기구 ‘여야의정 협의체’가 소통 물꼬를 틀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그러나 의료계가 탈퇴하며 20일 만에 중단됐다. 이에 더해 전날 발표된 계엄포고령에 의료인이 복귀하지 않을 시 ‘처단’하겠다는 문구가 담기며 의료계 반발은 더욱 커진 상태다.

정부가 의대생을 설득할 여지는 더욱 희박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교육부는 의대협에 수차례 면담 등 소통을 요청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의대협은 통화에서 “명백한 불법, 위헌 행위인 계엄을 추진하는 사람이 의대생들의 반발을 또다시 포고령으로 압박하려 하는 것을 보면 의대 증원 정책도 사익 추구였음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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