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국방장관 전격 교체

尹, ‘계엄 건의’ 김용현 사의 수용
후임 최병혁 주사우디 대사 지명
창군 이래 첫 장관 직무대리체제


윤석열 대통령은 5일 비상계엄을 건의하며 헌정사상 초유의 비상계엄 파동의 주역이자 책임자로 지목받아 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면직을 재가했다. 신임 국방부 장관에는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역임한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대사를 지명했다. ▶관련기사 2·3·4·5·6·10·16면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대통령은 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해 면직을 재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어 후보자 꼬리표를 떼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대장 출신 국방부 장관이 된다. 앞서 이종섭 전 장관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김 전 장관 등은 모두 중장으로 예편한 뒤 국방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윤 대통령의 사의 수용과 면직 재가는 김 전 장관이 전날 비상계엄과 관련해 국민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려 책임을 통감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의를 표명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국방부는 윤 대통령의 김 전 장관 사의 수용에 따라 이날부터 신임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장관 직무대리로 임무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전격적인 김 전 장관 사의 수용과 후임 국방부 장관 지명을 두고 비상계엄 파문이 증폭된 가운데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파상 공세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회 국방위에서는 애초 이날 출석하기로 한 김 전 장관이 현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출석이 무산되자 ‘도망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김 전 장관은 이날 별도 이임식도 없이 국방부 청사로 출근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채해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지고 야당이 이 전 장관 탄핵을 추진하자 신 안보실장을 후임 장관으로 내정한 뒤에도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안보공백 우려와 대비태세 유지를 내세워 직무대리 체제의 길을 가지 않았다.

국방부 장관 직무대리체제는 대한민국 국군 창군 이래 처음이기도 하다. 김 전 장관이 전날 공식적으로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이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언론을 통해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이라는 속내를 밝힌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문구는 육군사관학교 신조탑에 새겨진 사관생도 신조 가운데 ‘우리는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는 항의 일부로 비상계엄에 대해 여전히 ‘정의의 길’로 여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윤 대통령의 모교인 충암고 출신 군인들인 이른바 ‘충암파’가 핵심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고교 1년 선배이자 충암고 7회 졸업생인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계획과 시행 전 과정을 지휘했다.

장관 직무대리로 이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 차관은 윤 대통령의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 계엄군 병력 투입이 이뤄진데 대해 김 전 장관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에 진입한 데 대해서는 “이런 계엄에 군 병력이 동원된 것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반대해왔다”며 “거기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도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윤 대통령의 담화 발표를 보고 계엄이 선포된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 ‘계엄 사실을 언제 알았냐’는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한 뒤 “(대통령 계엄 담화 후) 바로 이어진 전군지휘관회의에서 명확히 인지했다”고 말했다.

계엄령이 지속돼 계엄사령부가 편성될 경우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았을 여인형(중장) 방첩사령관도 윤 대통령의 9년 후배인 충암고 출신이다.

군 소식통은 “국군방첩사령부가 군사보안과 군 첩보, 방첩, 수사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여 사령관이 비상계엄에 어떤 식으로 관여했을 것”이라며 “몰랐을 수도 없겠지만 몰랐다면 모른 것 자체가 문제고, 관여했다면 충암파 논란에서 비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과 여 사령관과 함께 논란이 됐던 경호처장 공관 회동에 자리했던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과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비상계엄 당시 역할과 향후 거취도 주목된다.

지난 3일 계엄군의 국회 진입 당시 육군 특전사 예하 707특수임무단과 제1공수특전여단, 특수작전항공단, 수방사 제35특수임무대대와 군사경찰특임대대 등이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280여명의 계엄군은 UH-60 헬기 12대를 활용해 국회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김 차관을 비롯한 국방부와 군 고위관계자들조차 모르는 사이에 김 전 장관을 비롯한 극소수 중심으로 비밀리에 계획 진행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군 지휘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대두된다.

현역 군인 서열 1위인 김명수 합참의장도 비상계엄 선포가 발표된 뒤에야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사 부사령관으로 정진팔 합참차장이 임명됐음에도 불구하고 합참의장은 사실상 ‘패싱’된 셈이다.

향후 합참의장과 합참차장 간 군 작전지휘·감독 및 합동부대 지휘·감독 등 임무 수행이 원활히 이뤄질지 의구심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신대원·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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