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스텐트 시술’…‘레이저’로 약물 부작용 잡는다

- KIST, 혈관 내 세포반응 제어하는 혁신적 스텐트 표면 기술


금속 스텐트가 삽입된 혈관의 모식도. 확장된 스텐트는 막힌 혈관 벽을 물리적으로 확장시키기에, 금속 표면과 혈관 구성 세포 간의 상호작용에 따라 치유가 촉진되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K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재료연구센터 전호정 센터장, 한형섭 박사, KIST유럽연구소 전인동 박사 공동연구팀은 레이저 패터닝 기술로 혈관 내피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고 평활근 세포의 탈분화를 억제하는 새로운 스텐트 표면처리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세포 종류별로 나노 패턴에 대한 반응 차이를 조절할 수 있으며 화학적 코팅 방식과 함께 활용 시 더 큰 혈관 회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앞둔 가운데, 고령 인구의 혈관질환 발생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좁아지거나 막힌 혈관을 확장해 혈류를 원활히 하는 관 모양의 의료기기인 치료용 스텐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 금속 스텐트의 경우, 혈관 확장을 물리적으로 유지하지만 1개월 후 평활근 세포 혈관의 과도한 증식으로 재협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약물 방출형 스텐트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혈관 재내피화를 억제해 혈전이 쌓일 위험을 높여 환자가 혈전용해제를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스텐트 표면에 단백질이나 핵산 등 활성 분자를 코팅하는 방식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활성 분자들은 개별적인 기능만을 수행하기 때문에 혈관 내피세포를 빠르게 증식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평활근 세포의 성장은 억제하면서 혈관 내피화를 촉진하기 위해 나노초 레이저 텍스처링 기술로 니켈-티타늄 합금 표면에 나노마이크로 주름 패턴을 형성했다. 스텐트 시술로 손상된 혈관 내벽에서 평활근 세포가 혈관 안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형태가 변하게 되는데, 레이저로 만든 주름 패턴은 평활근 세포의 길쭉한 형태를 유지할 수 있어 재협착을 방지한다. 또한, 주름 패턴의 영향으로 세포 간의 부착이 증가해 혈관 내벽을 재형성하는 재내피화까지 촉진할 수 있었다.

전호정 KIST 박사.[KIST 제공]


연구진은 혈관 기능의 회복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혈관 세포 및 태아 동물 뼈를 활용한 신생혈관 분석을 수행했다. 레이저 텍스처링으로 가공된 금속 표면이 혈관 내피세포의 증식 환경을 조성하면서 평활근 세포의 탈분화 반응과 과도한 증식이 효과적으로 억제됐다. 특히, 주름 표면 위에서 평활근 세포가 자라는 정도가 약 75% 감소했으며, 신생혈관 생성 정도는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에 개발한 표면 패턴 기술은 금속 스텐트는 물론 생분해성 스텐트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생분해성 스텐트에 적용하면 녹기 전에 재협착을 예방하고 내피화를 촉진해 환자의 치료를 돕고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레이저 패터닝 기술을 실제 치료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장기적 안전성과 효능 검증에 대한 임상시험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호정 센터장은 “이번 연구는 표면 패턴을 통해 약물 없이도 혈관 세포 반응을 선택적으로 제어할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라며 “산업용으로 널리 활용되는 나노초 레이저를 사용해 스텐트 표면을 빠르고 정밀하게 가공할 수 있어 실용화와 공정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바이오액티브 머티리얼즈’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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