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출발 예정인 6박 8일 해외 출장 취소
향후 정국 소용돌이서 주도권 확보 시사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오후 시청 브리핑룸에서 비상계엄 선포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날 벌어진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문을 4일 발표하면서 뜻밖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거론하며 비판한 것은 향후 정국에 대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4일 오후 4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명분 없는 비상계엄 선포는 민주주의의 본령을 거스른 행위”라면서도 “이번 사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위한 행정 및 사법 탄핵의 극단적 방탄 국회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이재명 대표를 강하게 때렸다.
현재 차기 대권 1순위 주자와 갈등 구도를 만들어 여권에서 유일한 이재명 대항마로 자리잡으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전날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계가 빨라지면서 여권 2인자들의 각개 전투가 시작되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6박 8일로 예정된 인도, 말레이시아 출장을 출발 당일인 5일 새벽 취소하고 시청 집무실로 출근했다.
민주당이 오는 5일 탄핵안을 발의하면 24시간이 지난 뒤 사흘 내 국회에서 표결 처리하게 된다. 6일이나 7일 표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4일 오후 2시 43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야6당 의원 191명 전원이 참여했다.
오 시장은 차기 잠룡의 한 사람으로서 소용돌이치는 정국에서 향후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7~8일간 국내를 떠나 있다가 실기(失期)할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또한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에 휘둘려 대통령이 제 기능을 못하는 현재의 정치 구조에 대해 물음표를 붙이고 대안 마련을 시사했다.
그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가담한 자들에게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국가 운영 구조 재점검’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오 시장의 이런 발언을 놓고 다수당 대표가 집권하는 내각제 도입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하기엔 아직 일러 보인다.
오 시장은 이 발언 이후 기자들의 질의응답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오 시장 참모들도 이런 표현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다만 오 시장이 “이번 사태의 추후 해법에 대해 여당의 중진으로서 고민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의 지혜를 모으는 일을 시작하겠다”고 의지를 보인 대목에서 내각제 등 다양한 정치 체제에 대해 국민 여론에 따라 추진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