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한 달…한국 증시 또 ‘세계 최하위’

코스닥 -10.20%·코스피 -4.83%
같은 압박 중국·멕시코보다 부진
미·중 경쟁 ‘최대 피해국’ 부담
비상계엄 사태 장단기 악재 우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 대선에서 승리한 지 한 달이 흘렀다. 이 기간 코스피·코스닥 지수 수익률은 같은 기간 전 세계 주요국 대표 주가 지수들이 보여준 수익률과 격차가 확연히 벌어진 ‘최하위’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선 트럼프발 ‘관세 전쟁’ 위협과 반도체·2차전지 등에 대한 각종 보조금 철폐 등의 압박에 직격탄을 맞았고,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까지 커진 탓에 증시 펀더멘털이 의심 받는 상황에 놓인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사태’까지 더해지며 국내 증시에 대한 하방 압력이 더 강화되고 있다.

▶아르헨·튀르키예에도 밀려=5일 헤럴드경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후 한 달 간(11월 5일~12월 4일 종가 기준) 주요 20개국(G20) 및 주변국 주요 증시 대표 지수의 수익률을 비교 분석했다.

이 결과 코스닥 지수의 수익률은 -10.20%로 비교 대상 지수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며 최하위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지수도 -4.83%의 부진한 수익률로 코스닥 지수, 러시아 MOEX 지수(-4.88%)의 바로 위에 자리 잡는 데 그쳤다.

‘서학개미(미국·유럽 등 서구권 증시 개인 소액 투자자)’, ‘일학개미(일본 증시 개인 소액 투자자)’ 등으로 불리는 해외 증시 투자자의 주 활동 무대가 보여준 수익률은 국내 증시의 부진한 모습과 크게 상반됐다.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 중인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수익률은 5.25%로 G20 국가 중 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DAX 지수(5.07%), 영국 FTSE100 지수(2%), 일본 닛케이225 지수(1.97%), 인도 니프티50 지수(1.03%), 범(凡)유럽 유로스톡스 지수(1%) 등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G20 국가 중 수익률 1,2위 위치는 각각 +14.76%, 14.71%를 나타낸 아르헨티나 메르발(Merval)지수, 튀르키예 비스트(BIST) 지수가 차지했다.

▶똑같이 맞아도 유독 韓이 더 아프다?=‘트럼프 2기’를 앞두고 한국 증시가 유독 기를 펴지 못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트럼프 당선인이 수차례 공언해 온 ‘보편관세’와 대(對) 중국 ‘고율관세’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지원법(칩스법) 폐기 및 약화 등을 통한 보조금 폐지·철회 등이 꼽힌다.

눈 여겨 봐야할 점은 국내 증시의 부진 요인으로 꼽힌 사안이 해당 국가에도 가장 큰 골칫덩이로 여겨지는 국가들의 주요 주가 지수들은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당사국 중 하나인 캐나다의 TSX 지수는 최근 한 달 동안 5.14%의 수익률로 G20 국가 중 4위란 높은 성적을 거뒀다.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먼저 무역, 국경·이민 문제 등으로 공세를 펼치게 될 국가로 전문가들이 꼽아 온 멕시코의 IPC 지수도 이 기간 0.98%의 수익률로 비교적 방어에 성공한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한국이 미·중 간 패권 경쟁의 최대 피해국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이 국내 증시엔 부담이란 평가도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에 ‘중간재’ 공급처 역할을 해 온 한국으로선 향후 리스크가 커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조 바이든 현(現) 미 행정부가 최근 단행한 대 중국 ‘고대역폭메모리(HBM)·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는 미중 갈등의 흐름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며 “트럼프 새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공세 수위를 더 높일 수록 여전히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상당한 한국에겐 부담일 것”이라고 봤다.

▶“계엄 후폭풍, 중장기 성장 저하” vs “국가·기업 신용도 영향 제한적”=악재가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불거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는 한국 증시에 장단기적으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당장 정치적 리스크 극대화에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7.2원 상승한 1,410.1원으로 집계됐다. 환율이 주간거래 종가 기준 1410원대로 올라선 것은 약 2년 1개월 만에 처음이다.

강(强)달러 현상은 국내 증시에서 큰손으로 통하는 외국인 투자자에겐 국내 증시 투자 매력도를 낮추고 ‘코리아 엑소더스(대탈출)’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한 달 동안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4조3677억원, 1338억원 규모로 순매도세를 나타냈다.

당장 금융시장의 혼란은 잦아들고 있단 평가도 나온다. 전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44% 내린 2464.00으로 마감했다. 오전 한때 2.31%까지 낙폭이 커지기도 했으나 장중 간밤의 충격을 소화하며 1~2%대에서 등락하면서 최악을 면한 덕분이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자에게 계엄 선포 자체가 한국의 정치·사회적 불안이 크단 신호로 해석될 여지 있다는 점에 대한 걱정도 상당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치는 경제보다 상위 구조”라며 “계엄 사태는 대외 신인도에 긍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주식 시장에서 불확실성에 따른 단기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고, 외국인들도 불확실성으로 인한 투자금 일부 회수 가능성이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시장 유동성을 고려할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경우 낙폭이 커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사태가 국내 경기의 추가 둔화와 중장기 경제 성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정국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경기가 추가 둔화할 수 있다”며 “연말 소비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이 경우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성장률에도 추가 악재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비상계엄 사태가 국내 증시엔 단기적 영향으로 그칠 수도 있단 시각도 존재한다.

S&P는 전날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계엄령이 미칠 여파는 실질적 영향이 없다”면서 “뜻밖의 일을 겪은 외국인 투자자가 향후 투자 결정에 부정적 여파를 미칠 수 있지만, 전반적인 신용 환경이나 한국 기업의 신용도에 관해선 계엄 여파가 잠잠해진 상황”이라고 봤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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