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단기간 해제돼 영향력 제한…성장률 전망 유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일 비상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인한 경제 영향은 아직까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성장률과 금리 경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한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굉장히 단기적으로 비상 계엄이 해제됐기 때문에 금융시장은 단기적으로 흔들렸지만, 경제 성장률은 그대로라고 본다”며 “성장률 전망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금리 흐름도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계엄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질문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예로 들며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데이터를 보면 경제엔 중장기적 영향이 크게 없었다”며 “그때도 2분기 연속 시위가 많았지만, 경제적 충격이 적었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을 보면 경제 부분에 주는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탄핵 정국이) 어느 정도로 길게 갈지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과거 경험에 비춰 기대하는 것은 정치 프로세스와 경제 프로세스가 분리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한 국가 신인도 훼손 우려에 대해선 “이번에 계엄은 빠르게 해제됐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 민주주의가 얼마나 성숙해 있고, 규칙 기반 사회인지 보여주는 기회가 됐다고 본다”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계엄 사태 이후 시장 흐름에 대한 평가를 부탁한다. 예상보다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환율은 1410원대이고 주식시장은 외국인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나.
=이번 뉴스가 확실히 긍정적인 뉴스는 아니다. 가장 큰 관심은 이번 일로 시장에 패닉 상태가 일어나서 변동성이 없게 하는 게 단기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야간에 발표됐기 때문에 외환시장이 걱정이었고, 주식시장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패닉이 없게 하는 게 F4 회의에서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불가피하게 새로운 뉴스가 나와서 발표한 그 날 새벽에는 환율이 1444원까지 급격하게 올라갔다. 그 뒤에 국회 계엄 해제로 다시 내려오고 어제까지 안정된 수준이었다. 부정적인 뉴스이기 때문에 사태가 없었을 때보다 약간 올라간 상태고 주식도 영향을 받는 게 불가피하지만 계엄 사태가 6시간 만에 해제됐기 때문에 계엄 사태가 없었을 때의 상황까지 가려면 새로운 충격이 없는 이상 다시 돌아오지 않겠나 본다. 그 과정에서 F4 미팅을 통해 경제 쪽에서는 유동성 공급이라든지,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한 게 시장 안정에 기여한 것 같다. 금융시장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갈 거라 기대하고 있다.
- 이번 계엄 사태 관련해 해외에서는 어떻게 보나. 이 사태로 국가 신인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데 대한 의견은.
=해외에서의 충격이 큰 것 같다. 국내에서는 정치 상황을 봐왔기 때문에 짐작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충격이 왔다. 특정한 이름은 말씀드리지 않겠지만, 굉장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와 오해를 풀어주고 있다. 오래 계엄이 됐으면 인식이 나빠졌을 텐데 6시간 만에 해제됐기 때문에 한국의 민주주의, 한국의 시스템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다. 계엄이 빨리 해제가 돼서 많은 정도의 오해, 걱정은 불식됐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 신인도 문제는 어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도 같은 질문이었다. 계엄이 나온 것도 사실 정치적 이유에서였기 때문에 경제적인 움직임과 정치적인 움직임은 다소 분리해서 볼 필요가 겠다. 신인도 질문에 대해서는 S&P에서도 계엄의 영향이 없을 거라 했던 것처럼 경제성장 모멘트, 경제 펀더멘털과 정치적 이유가 분리돼 있어 신인도가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진 않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민주주의나 제도가 성숙된 것을 보여주는 기회도 되기 때문에 신인도에 큰 충격이 있을 거라 보진 않는다.
- 임시 금통위에서 국고채를 언급했다. 장기물인 건가. 양적 완화로 봐야 될 소지가 있나. 기준금리로 대응하기 어려울 때 하는 것 같은데 결국 국고채 카드를 꺼낸 건 한은의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준 건가.
=양적완화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하겠다는 것이다. 금리가 외부적인 충격에 의해서 기준금리로 인한 영향 외로 더 튈 경우에는 공개시장을 조작하는 방향에 맞춰가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이번 일로 패닉이 생겨서 금리가 튈 경우 충분히 공급해 튀는 것을 막는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런 일은 안 벌어졌다. 시스템을 만들어놔서 그렇게 하겠다는 조치라고 보면 되겠다.
- 계엄 사태가 빠르게 해제됐지만 탄핵 정국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정치적 불확실성이 변수로 언급되고 있다. 선제적 금리 인하에 대한 의견은.
=현 상태에서 지난 통방에서 얘기했던 올해 2.2% 내년 1.9% 성장, 물가 경로를 이번 사태로 바꿀 필요가 있냐고 하면 그럴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이번 일이 단기적으로 대응이 됐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다만 2월 경제전망에서 새로운 데이터 보고 전망할 때는 전망에 맞춰서 조건부로 금리 경로가 바뀌겠다. 이번 계엄 관련 일은 단기적으로 있다 없어지기 때문에 그 영향은 적겠다. 전망경로를 바꿀 수 있는 건 미국의 경제정책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수출 모멘텀이 주요국과의 경쟁 관계에서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 중장기적인 요인이 전망 바꾸는 데 영향을 줄 것이다.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어느 방향으로 갈지 데이터를 더 봐야 한다.
-선제적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는 건가.
=전망이 바뀌어야 하는데 전망을 그대로 갖고 있다. 커뮤니케이션하다 보니까 3개월 뒤 금리를 전망해놓고 왜 안 지키냐, 선제적으로 하는 건가 하는데 선제적 금리 인하는 경제전망이 바뀌어야 바뀌는 것이다. 지금은 전망 경로를 바꿀 이유는 없다. 새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중간중간에 새 뉴스가 오면 바뀌겠다. 한 달 사이에 굉장히 많은 뉴스가 들어와서 전망이 바뀌면 3개월 금리 전망도 바뀐다. 지난번에도 3분기 수출이 예상보다 떨어졌고 한 달 사이지만 성장률 전망도 0.2%포인트나 낮췄다. 시장에서 ‘깜짝’ 인하라 했듯 예상이 서로 달라서 그런 거지 1.9%로 낮아지는 정보를 미리 알았다면 시장도 바뀔 수 있다. 수출이 생각보다 낮다는 얘기를 할 때는 전망이 어떻게 바뀔 거다 생각해서 사전 예상을 바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포워드 가이던스를 한 것인데 왜 안 했냐 하면 어렵다. 수출 전망이 크게 나빴다는 얘기를 할 때부터 시장도 바뀔 수 있다는 걸 생각했다. 왜 금리를 안 낮출 거라 생각하나 보면 첫째는 전망을 2.0%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고, 과거 한은은 2번 이상 금리를 낮춘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 패턴을 보는 거고 새 뉴스가 있어서 바뀐다는 걸 모르는 것이다. 포워드가이던스를 시작한 지가 2년쯤 됐다. 10번의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8번은 예상대로 한 거고 2번은 깜짝 인하였다. 포워드 가이던스가 무용하다며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다.
- 비상계엄 선포 사태는 일찍 끝났으나 탄핵 정국이 남아 있다. 시장 영향이 크지 않을 거란 시각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시각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성장률, 시장 영향 어땠나. 현재 상황과 당시 상황 어떻게 다른가. 정국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추가 조치 필요할까.
=내부적으로 탄핵이 노무현, 박근혜 정권 때 있었고 이번이 세 번째다. 이 프로세스가 어떻게 될 건지는 짧게 될 수도 있고 길게 될 수도 있다. 사전적으로 바꿀 정도로 전망을 바꾸지 않는 이유는 첫째로는 단기적으로 끝날지, 길게 갈지 불확실성이 있고 둘째는 과거 경험을 보면 약간의 기대를 얘기한 건 길게 가더라도 정치적인 프로세스하고 경제적인 프로세스는 분리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다. 박 대통령 때 보면 단기적인 영향이 이번보다 적었고 중장기적도 적었다. 순수하게 두 번의 경험을 보면 그것이 경제성장률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이번 이벤트로 성장률 안 바꿔도 되겠냐는 앞으로 지켜봐야 겠지만 지금 볼 때는 경제적 영향은 제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