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엄 선포 전 전화해 “전화기 들고 대기하라”
계엄 선포 후 “대공수사권 줄테니 방첩사 지원해”
조태용, 5일 사표 지시…6일 이임식 후 “반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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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성범 국회정보위원장과 면담 후 위원장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정치인들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직접 내렸다는 증언이 6일 나왔다.
홍 1차장은 이날 오후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과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과의 면담에서 윤 대통령이 당시 전화해 “봤지, 비상계엄 발표하는 거”라면서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국가정보원에도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령부 지원해”라며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고도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이 충암고 후배인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주요 정치인 등을 반국가 세력이란 이유로 체포하도록 지시했다는 근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홍 차장은 면담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만화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홍 차장에 따르면 3일 오후 8시20분쯤 안보폰을 통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보좌관이 소지하고 있어서 받지 못했다.
이에 홍 차장이 오후 8시22분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하니 “한두시간 후에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으니 전화기를 잘 들고 대기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홍 차장은 윤 대통령의 지시대로 국정원 집무실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오후 10시23분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대국민 담화를 개최했다.
담화가 끝난 오후 10시53분, 윤 대통령은 홍 차장에게 전화해 방첩사와 협력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홍 차장은 국회의 비상계엄해제요구안이 155분 만에 가결된 다음 날인 5일 오후 4시,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대통령이 즉실 경질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사직서를 제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에 홍 차장은 인사기획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고, 6일 오전 10시 차장 이임식을 마쳤는데, 조 원장이 홍 차장을 다시 불러서 “사직서를 반려하고 예전과 같이 근무했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정보위는 홍 차장의 발언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오후 긴급정보위를 개최하고 조 원장과 방첩사령관을 출석시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할 예정이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어젯밤, 계엄령 선포 당일 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를 위해 정보기관을 동원했다는 사실을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충암고 후배인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주요 정치인 등을 반국가 세력이란 이유로 체포하도록 지시했고 ▷여 사령관이 체포한 정치인을 경기 과천 수감 장소에 수감하려 했던 신뢰할 만한 근거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를 위해 동원했다는 정보기관에는 방첩사 외에 국정원을 동원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