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계엄령 겪은 세대의 트라우마 건드렸다는 지적
한 누리꾼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할머니로부터 받았다고 올린 문자 메시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비상계엄 선포 직후 손 자녀들의 신상을 걱정한 한 할머니가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이 온라인 상에서 퍼지며 눈길을 끌고 있다.
공개된 문자 메시지에는 경찰이 무조건 사람을 잡아간다는 등 계엄 시 상황에 대한 공포가 담겼다. 윤석열 대통령의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가 과거 계엄령 사태를 겪은 세대의 트라우마를 건드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3일 밤 여의도 국회의사당 위에 헬기들이 떠 있다. [연합] |
지난 5일 온라인에는 한 누리꾼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할머니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해당 문자는 “우리 손자 손녀야 몸조심하자”라고 시작한다. 이어 할머니는 “계엄령은 사람을, 경찰이 밉다 싶으면 무조건 잡아가는 거니까 조심해”라고 걱정하며 “튀는 행동 하지 말고 길 가다가 고성도 지르지 말고 학교에 조용히 다녀”라고 당부했다. 이어 “너희는 좀 맘이 놓이긴 하는데 그래도 조심하자”라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지난 4일 엑스(X·옛 트위터)에 “할머니가 갑자기 전화하셔서 항상 신분증을 들고 다니고 혼자 다니지 말라고 하셨다”며 “군인을 마주치면 절대 안 된다고 우시면서 횡설수설하셨다. 비상계엄이 이렇게나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과거 군사정권이 조부모, 부모 세대에 남긴 상흔을 건드렸다는 지적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 25분께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계엄군이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했다.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본청 창문을 깨뜨리고, 여의도 상공에 군 헬기들이 날아다니는 상황이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시민들은 밤을 지새우며 공포에 떨어야 했다.
한국 헌정사에서 직전 비상계엄 사태는 45년 전인 1979년에 있었다. 당시 비상계엄 조치는 ‘10·26 사건’으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 이뤄졌다. 전국으로 비상계엄이 확대된 것은 1980년 5월 17일,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에 의해서였다. 신군부는 ‘시국 수습 방안’ 중 하나로 비상계엄을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했다. 비상계엄은 이듬해인 1981년 1월 24일까지 유지됐다. 그 과정에서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겪었다. 이때 이후로는 계엄령이 선포된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