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배탈 났잖아”…자영업자 울린 ‘장염맨’ 항소심도 실형

업주 456명 속이고 합의금 1억 받아 챙긴 혐의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123rf]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전국 음식점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배탈이 났다”며 합의금 명목으로 돈을 뜯어 이른바 ‘장염맨’으로 불린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제3-2형사부(이창섭 부장판사)는 이날 사기 및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된 A(40)씨의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미 동종범죄를 7차례나 저질러 벌금형 또는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받은 전력이 있다”며 “누범기간 중에 재차 범행했고 피해 복구가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피해자들과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 등에 비춰 원심의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항소기각 사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0개월간 음식점 업주 456명을 속여 합의금 1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휴대전화로 ‘전국 맛집’을 검색해 나온 불특정 다수의 음식점에 전화해 “일행과 식사했는데 장염에 걸렸다”며 합의금을 요구하는 수법으로 범행했다. 전국 17개 시·도 식당들이 범행 대상이었다.

A씨는 업주가 합의를 거부하면 “돈을 주지 않으면 관청에 알려 영업정지 시키겠다”, “법적 책임을 각오하라” 는 등 협박하기도 했다. 불황 속 행정처분으로 생계가 무너질까 봐 겁에 질린 업주들은 협박에 견디다 못해 수십만∼수백만원씩을 A씨의 계좌로 이체했다.

그러나 A씨는 이들 음식점에 방문한 적도, 밥을 먹고 배탈이 난 적도 없었다.

A씨는 숙박업소를 옮겨 다니며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 유명 음식점들을 대상으로 매일 10∼20차례씩 전화를 걸어 범행을 시도했다.

범행 기간이 길어지면서 전국 음식점 3000여 곳이 A씨에게 합의금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범행을 알아챈 업주들은 자신이 당한 수법과 피해 사례를 온라인상에 공유하면서 ‘장염맨을 조심하라’고 다른 업주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첩보를 입수한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가 피해 업주들의 진술과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 계좌 내용 등을 분석해 지난 4월 12일 부산시 한 모텔에서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피해 업주들에게 받은 합의금을 숙박비와 치아 치료비 등으로 썼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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