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장관, 방한 보류…일본만 간다

美 국방부측 “한국방문 계획 없다”
외신에 “적절 시기 아니라고 판단”
계엄사태 여파 한미안보 협의차질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 방문을 계획하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심야 계엄 사태 이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10월 워싱턴D.C. 국방부에서 김용현 한국 국방부 장관과의 공동 언론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는 오스틴 장관 [AP]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한국 방문을 계획하다가 보류하고 조만간 일본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의 계엄사태와 그로 인한 대화 상대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사퇴 여파 속에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계엄 사태가 대북 억지력 강화에 중요한 한미간 안보 협의에 차질을 빚는 양상이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오스틴 장관이 가까운 시기에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던 중이었으나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오스틴 장관이 7일 캘리포니아주에서 개최되는 레이건 국방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일정을 소화한 뒤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3일 오스틴 장관이 다음주부터 일본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해 미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라이더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은 며칠간 일본 도쿄를 방문할 계획”이라며 “이번 방문은 13번째 인도태평양 방문으로, 동맹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역내 평화·안보·번영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발전시키는 역사적 노력을 계속하는 가운데 이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방문 계획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국은 제외하고 일본만 방문한다는 것에 방점을 뒀다. 본래 오스틴 장관은 방일에 이어 한국을 방문해 김용현 장관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이 자리에서 북한의 최근 정세와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문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었다.

계엄 사태에 따른 한미간 안보 협의 차질은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 4~5일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 도상연습(TTX)은 무기한 연기됐다.

라이더 대변인은 향후 NCG 일정을 묻는 말에 “아직 업데이트로 제공할 게 없다”면서 “한국에서의 이벤트를 고려할 때 이것(일정 연기)은 신중한 조치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여러 레벨에서 한국 국방부와 접촉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고는 있지만, 작전적으로나 물리적, 안전 측면에서 (이번 사태에 따른) 주한 미군에 대한 어떤 중대한 영향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한 미군 장병들이 자유롭게 외출하는지를 묻는 말에는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한국의 계엄사태 여파로 외교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내년 1월 방한을 조율했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역시 계획 자체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시바 총리는 취임 후 첫 양자 방문 국가로 한국을 선택해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 때 재개된 양국 간 셔틀외교를 계승한다는 의지를 담을 계획이었다.

이시바 총리는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한 계획에 대해 “한국 방문은 아직 무엇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의 회담도 무기한 연기됐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외교·국방장관과 함께 5~7일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연기했다. 한-스웨덴 정상회담 일정은 양국 간 합의에 따라 지난 2일 공식 발표됐었다.

스웨덴 총리실 대변실은 “12월 3일 밤 동안의 상황 전개를 면밀히 주시해왔다. 최근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한국 방문을 연기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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