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아 리파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한국은 정말 오랜만이에요. 다시 만나 너무 반갑고 기뻐요. 오늘밤,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은 무엇도 중요하지 않아요. 밖에서 일어나는 일은 잊어버려요. 오직 여러분과 저만을 위한 시간이에요.”

‘그래미 어워드’ 3회 수상을 달성한 세계적인 팝스타 두아 리파(dua lipa)가 비상계엄 상황에도 한국팬과의 약속을 지켰다.

두아 리파는 지난 4~5일 이틀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래디컬 옵티미즘’(Radical Optimism) 투어 공연을 열고 총 4만여 명의 관객과 만났다. 이번 공연은 2018년 5월 이후 약 6년 반만에 열린 공연이다.

분쟁지역인 알바니아계 영국인인 두아 리파의 공연은 지난 3일 밤 벼락같은 계엄 여파로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다. 공연기획사인 라이브네이션코리아를 비롯해 아시아 지사, 두아 리파의 매니지먼트가 머리를 맞대고 공연 여부를 논의했다. 주최사인 라이브네이션 측은 별다른 공지를 올리지 않았다가, 첫날 공연 5시간 전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된다”라고 안내했다.

두아 리파는 공연을 통해 “오늘 밤 여러분과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며 “여기엔 우리만 존재한다. 희망을 가지자”는 말로 한국 관객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넸다.

두아 리파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세계적인 팝스타의 공연은 금세 뜨겁게 달아올랐다. 리파의 이야기처럼 바깥 상황과 별개로 팬들은 ‘대회의 순간’을 만끽했다. 검은색 보디슈트를 입고 모델처럼 걸어나온 그는 ‘트레이닝 시즌’(Training Season)으로 무대를 시작했다. 이어 ‘원 키스’(One Kiss), ‘브레이크 마이 하트’(Break My Heart) 등 세계적인 히트곡을 연달아 선보였다.

밴드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시원스런 고음을 내지른 ‘비 더 원’(Be The One), 격렬한 안무에도 흔들림 없는 가창력을 보여준 ‘일루전’(Illusion)에선 명실상부 젠지 팝스타의 위상을 뽐냈다. 공연을 앞두고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활기 넘치는 파티 같은 공연이 될 것“이라는 예고 그대로였다. 디스코, 일렉트로닉팝, 댄스 등 다양한 장르와 화려한 레이저 조명, 자유로운 댄서들의 몸짓이 거대한 클럽을 연상케 했다. 엘튼 존과 함께 부른 ‘콜드 하트’(Cold Heart)에서 휴대전화 조명으로 아름다운 불빛을 만들었고, 리파는 손 키스를 보내며 호응했다.

그는 “많은 일이 있었지만, 공연을 기다려줘서 고맙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같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준 에너지에 감사를 전한다”고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2015년 데뷔한 두아 리파는 2017년 첫 정규음반 ‘두아 리파’(Dua Lipa)가 영국 앨범 차트 3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2018년엔 영국 브릿 어워드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그래미 어워드 3회, 브릿 어워즈 7회를 수상했다. 음악을 통해 주체적인 여성상과 여성들의 연대에 대한 메시지를 건네온 리파는 젊은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도 여성 관객이 많았다. 국내 최대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예매자 중 71.9%가 여성이었다. 연령별로는 20~30대가 84.6%(20대 47.2%·30대 37.4%)로 압도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