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尹의 침묵’…대통령실도 입 닫아 [용산실록]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새벽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선포 해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지난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발표를 끝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입이 꾹 닫혔다. 비상계엄 과정부터 향후 거취까지 답해야할 질문은 수도 없지만, 대통령실도 조용하긴 마찬가지다.여러 전언과 정황을 통해 윤 대통령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대통령실도 이 의견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게 전부다. 탄핵 정국 속 윤 대통령의 입장 발표 시기를 놓고 대통령실의 고민도 길어지고 있다.

6일 오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별다른 입장을 낼 계획이 없는 상태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해제 이후 관저와 대통령실을 오가며 대응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의를 표명한 수석비서관급 인사들도 “업무를 해오고 있다”며 애써 담담한 모습이다. 다만 대통령실 내에서는 여론 추이를 살피며 사태를 주시 중이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 해제 후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45년만의 비상계엄 선포가 이뤄진만큼 국민들의 불안과 불편을 야기한 것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언급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여권 내에서도 이같은 요구가 이어졌다.

하지만, 부정 여론이 높자 대통령실과 여권 안팎에서는 여러 의견이 팽팽했다고 한다. 탄핵안 표결을 앞에 둔 상태에서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는 후문이다.

4일 새벽 국방부와 대통령실 청사.[오상현 기자]


현재로서는 여러 관계자들을 통해 윤 대통령의 사태 인식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이들의 전언을 모으면 윤 대통령은 야당의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경고성 조치로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며, 형식·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당정 고위급 인사를 만난 바 있다.

한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은 민주당의 폭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상계엄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며 “대통령의 이 사태에 대한 인식은 저의 인식과, 국민의 인식과 큰 차이가 있어 공감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또한 윤 대통령의 인식과 궤를 같이 하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비상계엄령 발동이 너무 무리한 일이고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엄밀하게는 합헌적인 틀 안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들의 삶과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3일 밤늦은 시간 긴급 담화를 발표하고, 국회에 계엄군 투입은 담화 발표 1시간 후에 했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여러 외신의 문의가 빗발치자 정확한 입장을 알리기 위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외신에는 이같은 입장을 전했지만, 국내 언론에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이 가운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등에 진입한 이유가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밝혀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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