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 나라, 불교발상지 인도를 가다 [정용식의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51) 인도 성지순례기 첫 번째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명산의 절경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사찰들은 지역사회의 소중한 관광자원이기도 합니다.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얻고자 할 때 우리는 산에 오르고 절을 찾습니다. 헤럴드경제는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타지마할

불자들의 마음의 고향은 어디일까. 부처님이 태어나고 살다 가신 나라가 아닐까 싶다. 쿠시나가르에 있는 열반에 드신 부처님의 머리도 태어나신 룸비니를 향하고 있다고 한다. 불자들의 고향, 불교발상지 인도에 초행인데 20여일을 머물게 됐다. 태어나서 한번은 가봐야 할 여행지 1순위이자, 가고 싶지 않은 나라 1순위에도 올라있는 곳이 인도이다.

대한민국 33배 크기의 거대한 미지의 세계. 여전히 생활환경이나 거리의 모습이 현대화되지 않는 전통사회를 유지하고 있어 혼란스럽고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그런 나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갠지스강

인도에 가면 꼭 봐야할 곳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사랑하는 왕비를 위한 무덤 타지마할과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는 갠지스강이다. 하나는 이슬람 유적이고 다른 하나는 힌두교 성지다. 불교의 발상지이자 천년 이상 불교국가를 유지했던 나라임에도 꼭 가봐야 할 곳에 불교유적지가 들어 있지 않아 불자들에게는 아쉬움이 클 것이다.

부다가야 등 인도불교 성지 중 한 곳 정도는 인도 방문객 누구나 가보고 싶은 곳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남북으로 3000㎞가 넘고 해안선 길이만 7000㎞가 넘는 세계 3번째 큰 나라. 기대와 함께 힘든 환경에서 20여일을 있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인천공항에서 이륙한 지 8시간30분만에 인도 수도 델리에 도착했다.

명상과 종교의 나라 인도

델리 공항

아시아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인도의 타고르는 1929년 한국을 ‘동방의 등불’로 표현해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인도 공주 허황옥은 가야에 불교를 들여왔다고 하고 김수로왕과 결혼하여 김해 허씨의 시조가 됐다. 무려 2000여년이 넘은 이야기인데 아직도 김해지역과 하동 칠불사엔 역사의 흔적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전쟁 시 우리에게 의무대를 파견해 의료지원을 했던 국가이기도 해 어찌보면 먼듯하지만 가깝게 느껴진다.

중국을 뛰어 넘어 14억5000만명의 세계 최대 인구에 매년 경제 성장률이 7% 이상을 기록한다. 떠오르는 신흥 기회의 땅으로 발전가능성이 큰 나라이다 보니 우리나라의 7번째 수출상대국으로 급부상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낮은 수준이지만 구매력기준 국내총생산(GDP)과 핵무기를 보유한 군사력에서는 세계 3위에 이른다.

인도의 거리

워낙 다양하고 특이한 문화가 있는 큰 나라여서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인더스 문명의 발상지이자 석가, 간디, 네루 등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성인들의 땅이다. 우리와 같은 몽골알타이어계도 민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 아시아의 일원이다.

인도는 고대 브라만교를 계승한 힌두교 국가이지만 많은 종교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과거의 계급제도인 카스트제도의 잔존으로 신분제 유물도 남아있고 다신교 문화가 자리 잡은 종교적인 나라다. 도시와 농촌, 28개 각 주별 빈부격차가 심하고, 과거와 현대가 극단으로 혼재한 사회여서 아마도 인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영역일 것이다.

자이푸로 암베르성과 춤추는 코브라

국민70%이상이 신봉하는 힌두교의 성지라는 갠지스강에서 신혼부부는 꽃을 뿌리고, 살아있는 자들은 목욕하고 물을 마시며, 죽은 뒤엔 시체를 씻고 화장한 재를 뿌린다. 채식을 주로하며 윤회설에 기반해 소까지 숭상해 길거리는 동물의 왕국을 방불케 할 정도의 독특한 특성의 다소 이질적인 힌두교 문화를 만나게 된다. 인도 역사에서 700여년(기원후 5세기~11세기)동안 국교였던 힌두교이지만 현재도 국민의 70%가 신봉하고 있어 기독교, 이슬람교에 이어 10억명을 보유한 세계 3대종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중세시대 전파돼 무굴제국 시대 전성기를 맞이한 이슬람문화는 700여년(기원후 12~18세기) 동안 인도의 정신문화를 지배했다. 힌두교 문화와 갈등을 일으켜 영국령 인도에서 독립할 즈음에는 갈등이 극에 달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으로 국가가 분할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두 종교의 충돌이 소고기 금지(힌두교)와 돼지고기 금지(이슬람교)라는 식습관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호텔 음식에도 소고기, 돼지고기 찾기가 쉽지 않다. 지금도 국민의 15%는 이슬람교도로 두 번째로 많으며 세계문화유산급의 이슬람 유적이 각지에 산재해 있다.

부처의 탄생과 활동을 했던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는 중세까지 1000여년(기원전 5세기~기원후 5세기) 동안 인도의 정신문화의 근간이 됐다. 그러나 이슬람문화의 침범 후 생활종교로 정착하지 못하고 국민 1% 정도의 밀교(달라이 라마)신자만이 남는 소수 종교화됐다. 오히려 부처까지도 여러 신들 중 하나로 흡수하고 불교이념 일부를 수용한 힌두교의 한 영역으로 남았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살아남아 중심으로 자리 잡은 힌두교와 소멸해버린 불교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궁금증을 안고 간다.

인도의 거리

인도는 1600년대 이래 포르투갈, 네덜란드의 침공과 영국의 동인도회사를 통한 영향, 그리고 100여 년 동안 영국의 직접지배로 서구 기독교 문화까지 들어오게 된다. 개나 소나 원숭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동물의 왕국이고 여러 종교가 융합된 자이나교, 시크교, 바하이교 등까지 다양한 종교문화를 가지고 있는 종교의 나라다.

인도하면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는 명상이다. 실제 인도 명상문화를 체험할 기회는 없었지만 여름철 기온이 50도 전후에 이르는 높은 인도의 기후 환경이 인도의 명상문화의 배경이 됐다. 귀족과 부호들은 격렬한 운동보다는 목욕이나 숲속에서 바람 쐬기 등 자연스레 사색적인 문화에 익숙하게 돼 명상문화로 정착하게 됐다.

현대와 전통이 혼재된 기회와 금기의 땅

정원주 헤럴드미디어그룹·대우건설 회장이 지난달 22일 인도 뉴델리 야쇼부미(Yashobhoomi)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인도 경제포럼 : 한-인도 경제 공동 번영의 길’ 포럼 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한-인도 경제협력사절단을 비롯한 현지 기업인과 경제 관료 및 지방 정부 관계자들 600명 이상 참석해 양국 경제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뉴델리=박해묵 기자]

인도는 IT 강국으로 세계 최다의 IT기술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IT대학들이 있고 미국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세계 곳곳의 IT기업의 핵심에 인도인들이 있다. 델리 위성도시 구르그람에 가보니 글로벌 스마트시티의 화려한 불빛이 밤을 밝히고 세계의 IT기업과 콜센터들이 입주해 있다. 한국의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센터 및 현대자동차 쌍둥이 빌딩도 밤새 불을 밝히고 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겸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이 지난달 21일 인도 하리아나주 구르그람 공공사업부를 방문해 나야브 씽 사이니(Nayab Singh Saini) 하리야나 총리를 예방하고 있다. [구르그람=박해묵 기자]

또 다른 델리 위성도시 노이다에는 삼성, 엘지 등 한국 제조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그레이트 노이다에는 대규모 단지 개발계획이 한창이어서 한국에도 손짓을 보낸다고 한다. 위성도시를 포함한 델리 광역수도권은 4000여만명이 운집해 있는 세계 최대 도시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원주(왼쪽 여덟번째)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 등 대한주택건설협회 임원 인도 연수 모습.

노이다 지역 공장지대 산업 시찰을 하던 날 델리 광역수도권에선 미세먼지 등으로 일년에 100만명이 사망한다는 한국신문 기사가 났다. 그날 아침에도 30m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짙은 스모그와 먼지 등이 더해져 결국 공장시찰을 중도에 포기해야만 했다. 11~2월 건기에 날씨도 좋아 가장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라는데 역설적으로 눈이 따가울 정도로 대기질이 좋지 않은 시기인 것이다.

인근 농촌지역에서 각종쓰레기와 짚불 등을 태워 날아든 먼지가 빠져 나가지 못하고 도심 주위에 머물기 때문이다.

인도 거리의 아이들 모습

인도는 세계 최대부자들도 많지만 여전히 불가촉천민도 존재하는 듯 빈부격차가 심하고 신분차별 문화가 잔존하는 나라다. 화려한 현대식 고층건물 집단의 스마트시티가 있는가 하면, 거리의 쓰레기 더미와 함께 노숙과 구걸하는 집시, 내시, 어린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인도의 거리

도로에는 고급자동차들도 보이지만 택시 역할을 하는 뚝뚝이 삼륜차(릭샤)와 지저분한 시내버스, 오토바이, 말이 끄는 마차, 자전거, 리어카, 물소들까지 모두 함께 질서 없이 움직인다. 중앙선과 차선이 불필요할 정도로 혼잡스럽다보니 거리 이동에 시간예측이 불가능하다.

인도정부는 2047년까지 선진국 진입과 세계에서 경제규모 3위를 위해 의무교육에 투자하고 사회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마다 거대한 땅 인도가 바뀌어 가고 있음을 본다.

아그라성

이슬람 문화의 무굴제국이 만든 수도 델리에는 이슬람 건축물의 상징이라 할 만한 72m 높이의 5층탑 ‘꾸뜹 미나르’ 와 인도 최초 이슬람사원 ‘쿠와트 사원’, 정원속의 묘라는 ‘후마윤 묘’ 을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이에 경쟁이라도 하듯 인도인의 1만년 문화를 압축시켜 놨다는 힌두교사원 ‘약사르담 사원’을 만들어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찬란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이푸로 암베르성

무굴제국의 또 다른 수도였던 아그라의 타지마할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다. 22년에 걸쳐 만든 왕비의 무덤으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암베르성

난공불락의 요새 아그라성도 보석과 대리석으로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타지마할을 지었던 왕이 자신의 아들에 의해 유폐된 공간이 자리하고 있어 왠지 씁쓸함도 묻어난다.

힌두교의 도시 자이푸로에는 힌두교 왕조에 의해 200여년에 걸쳐 만들어진 힌두교와 이슬람의 건축양식이 조화된 요새 암베르성이 그 위용을 들어내고 있다.

잔타르 만타르

가장 큰 해시계와 별자리 관측소가 있는 잔타르 만타르는 인도식 첨성대이며, 왕궁 여인들의 숙소로 아름다움이 저절로 풍겨나는 바람의 궁전 ‘하와마할’과 그 주변은 이곳이 핑크도시임을 증명하고 있다.

바람의 궁전 하와마할

힌두교와 이슬람의 문화유적이 관광객을 부르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다양성이 혼란과 매력을 동시에 풍기며 세계인들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불교 발상지, 7대 성지를 찾아가다

정원주(앞줄 왼쪽 일곱번째) 조계종 중앙신도회 회장 등 조계종 중앙신도회 인도·네팔 불교 성지순례 모습. 정원주 회장을 비롯해 정용식(앞줄 오른쪽 두번째) 중앙신도회 특별자문 등 임원 50여명이 성지순례에 참여했다.

불교의 발상지임에도 인도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은 힌두교와 이슬람문화의 유적들이다. 한때 불교문화가 국정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700여년을 이슬람 문화가 지배하면서 불교 유적과 문화는 훼손되고 땅에 묻히며 이슬람과 힌두교 건물로 대체됐다. 그나마 최근 들어 인도정부에서 불교유적지를 관광사업 차원에서 복원하고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부처의 탄생과 활동, 열반에 이르는 과정에 위치한 인도 동북쪽 지역과 네팔 등 주요한 지역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아 불교국가들의 승려와 신도들이 순례하고 있었다. 순례지 어느 곳을 가든 한국에서 온 여러 종단의 스님들과 불자들을 쉽사리 만날 수 있었다.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직접 보면 내생(來生)엔 천상에 태어난다”는 불교 4대 성지가 있다.

부처가 태어난 곳으로 인도와 접해 있는 네팔의 ‘룸비니 동산’이 첫번째고, 부처가 깨달음(성불)에 이른 곳 ‘부다가야’ 보리수나무 아래가 그 다음이다. 성불 후 최초의 법(法)의 바퀴를 굴린(다섯 제자에게 최초로 설법한 곳) ‘사르나트 녹야원’과 부처님이 완전한 열반에 드신 ‘쿠시나가리’ 열반당이 뒤를 잇는다.

그 외 최초의 불교사원 죽림정사와 기도하고 머물렀던 영축산이 있는 왕사성이라 불리우는 ‘라지기르’, 부처의 마지막 안거처이자 유마거사의 고향이며, 최초의 비구니 스님 마하파자파티가 출가한 ‘바이살리’가 있다.

또 부처님이 17안거를 하고 오랫동안 머물며 금강경을 설법했던 기원정사가 있는 사위성이라 불린 ‘쉬라바스티’. 출산 후 7일 만에 돌아가신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해 도리천에서 설법하고 내려왔다는 ‘상카시아’ 등을 더해 8대 성지라고 한다.

이중 아직 복원되지 못하고 힌두교 사원화돼 있는 상카시아를 제외한 7대 불교성지 순례 여정을 시작한다.

글·사진 = 정용식 ㈜헤럴드 상무

정리 = 민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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