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불확실성 배당주 전략 변화
통신주 몰려…KT 외인 한도 꽉차
연말 배당주를 사들이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계엄령 해지 후 금융주를 대거 팔아치우고 있다. 대표적인 배당주지만 금융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대응으로 풀이된다. 대신 통신주 순매수세를 이어가면서 배당주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계엄령 해제 후 이틀 간 외국인 순매도액(-1조6628억원) 중 금융주(-4765억원)는 28.66%로 집계됐다. 이틀 간 팔아치운 규모의 4분의1 이상은 금융주였다는 의미다.
순매도 종목 1위는 KB금융(-2224억원)이다. 하반기 전체 순매도 종목 1위인 삼성전자(-2147억원·2위)보다 앞섰다. 이어 ▷신한지주(-934억원·3위) ▷하나금융지주(-399억원·6위) ▷메리츠금융지주(-187억원·16위) ▷우리금융지주(-143억원·23위) 등이 위치했다.
외국인은 계엄령 선포 이전 일주일(11월27일~12월3일) 동안 금융주를 순매수했다. 연말 배당을 앞두고 금융주 등 배당주를 사들이는 통상의 흐름이었다. 이 기간 우리금융지주를 전체 4위 규모인 434억원 순매수했다. ▷BNK금융지주(271억원·11위) ▷하나금융지주(268억원·12위) ▷KB금융(262억원·14위) ▷삼성증권(215억원·16위) 등 20위권 내 금융주들이 위치했다.
금융주 순매수세가 급격히 뒤집어진 건 정치적 불확실성의 여파란 해석이다. 금융주는 금융당국 규제에 영향을 받는 대표적 종목이다. 계엄령 해제 뒤 국무위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데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책임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금융정책 공백 및 위축 우려가 반영된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통신주 순매수세는 계엄령 해제 이후에도 이어졌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LG유플러스와 KT를 각각 53억원, 2억3000만원 순매수했다. 연말을 앞두고 배당주인 통신주를 꾸준히 사들이는 기조는 이어진 것이다. 외국인은 지난 10월부터 전날까지 KT(1473억원), LG유플러스(536억원), SK텔레콤(141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날 기준 KT는 외국인 보유 한도비율(49%)도 꽉 채웠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6개 통신 종목은 외국인 지분 취득 한도를 49%로 제한한다. LG유플러스는 이달 들어 꾸준히 오르며 35.98%를 기록했다.
계엄령 해제 후 첫날(5일) 외국인 매도세로 ▷KB금융(-5.73%) ▷신한지주(-6.56%) ▷하나금융지주(-6.67%) 등 금융주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KT(-1.64%) ▷SK텔레콤(-2.00%) ▷LG유플러스(-0.87%)는 외국인 순매수세로 하락폭이 낮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통신주는) 같은 배당주인데 (계엄령 해제 이후)통신주는 안 빠졌다”며 “고배당에 대한 수급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주는 금감원의 정책적 입장이나 금융 안정성을 위해 배당하지 말라는 게 오랜 기조였다가 최근에 바뀐 것”이라며 “이번 사건(계엄령 선포 및 해제)으로 다시 배당정책이 원상회복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