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스파클링 와인 인기는 여전…이유는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와인 할인 행사가 진행 중이다. 김희량 기자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와인 수요가 감소하면서 업계가 각종 할인 행사와 마케팅으로 물량 소진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에 위스키마저 인기가 줄면서 주류업계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와인 수입량(HS코드 220421)은 3만3177톤으로 지난해(3만5598톤) 대비 약 7% 감소했다. 와인 수입금액 기준으로는 3억2490만달러에서 2억9663만달러로 약 9% 쪼그라들었다. 위스키(HS코드 220830)의 수입량 감소 폭은 와인보다 더 크다. 위스키의 올해 1~10월 누적 수입량은 올해 2만2236톤으로 전년 대비 약 17% 감소했다. 수입금액 또한 2억188만달러로 지난해 대비 약 9% 줄었다.
일부 백화점에서는 와인 매출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갤러리아의 경우 1~11월 와인 누적 매출이 전년 대비 역신장한 상태다.
와인 소비가 줄어든 배경으로는 고물가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꼽힌다. 이는 한국만의 변화가 아닌 세게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국제와인기구(OIV)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와인 소비량은 2억 2100만 헥토리터(Mhl)로 2022년보다 2.6% 줄었다. 우크라이나전쟁, 에너지값 상승 등으로 물류 비용이 올라 와인 가격 자체가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의식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 소비큐리어스(Sober+Curious) 문화가 확산된 영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저 효과와 경기 영향과 더불어 해외여행이 정상화되면서 직접 와인을 구매하는 수요가 늘어난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와인 시장은 코로나19를 시점으로 급성장한 바 있다. 팬데믹이 본격화되기 전 2019년 3만3797만톤이었던 와인 수입량은 2021년 6만3912톤, 약 2배 규모로 성장했다. 단기간 급격한 성장 후 업계에서는 현 와인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이후 2022년~2023년은 물량이 감소했지만 지난해 기준 해당 수입량은 4만2110톤으로 여전히 엔데믹 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의 한 킴스클럽 매장에 진열된 와인들. 김희량 기자 |
업계는 ‘프리미엄 와인 vs 가성비 와인’으로 양극화된 수요에 대응 중이다. 와인 애호가를 겨냥해서는 한정판 고급 와인의 출시를 이어나가면서 대중을 겨냥한 상품은 ‘가격’을 앞세운 판매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6월 강남점에 와인셀러를 오픈하며 프리미엄 와인 판매에 힘을 싣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강남점 와인셀라의 경우 고객 객단가가 약 55만원으로 일반 매장 대비 5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면서 “올해 10~11월 기준 매출은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하며 1~3분기와 달라진 모집인데 고급 와인에 집중한 이 와인 셀라의 역할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와인 유통사인 아영FBC의 1만원대 와인인 디아블로 판매량은 10월 기준 전년 대비 36% 증가한 150만병을 돌파한 바 있다. 이랜드킴스클럽은 지난 10월 1만원으로 살 수 있는 맞춤 와인을 소개하는 ‘오늘의 와인 플러스’를 출시해 운영하고 있다. 와인들의 매출 비중도 달라지고 있다. GS25의 경우 3만원 이상 와인의 매출 비중이 2022년 16.5%에서 올해 1~11월 누적 기준 23.8%까지 상승했다. 대신 1~3만원의 와인 매출 비중은 2년 전 49.3%에서 현재 기준 42.8%로 줄어든 상태다.
다만 ‘펜데믹 시기’ 의 와인 인기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유로모니터는 한국의 화이트·로제·레드와인 올해 판매량이 지난해(5360만리터) 대비 약 10% 가까이 줄어든 4840만리터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업체는 해당 판매량은 내년에도 4510만리터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고급 스파클링와인·샴페인에 대한 수요는 확산되고 있다. 유로모니터는 한국의 스파클링 와인·샴페인 시장 규모가 올해 5000억원을 돌파한 503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도 5343억원으로 그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샴페인과 스파클링 와인은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고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장 있어 보이는 주류 상품으로 꼽히는 게 샴페인”이라며 “구색을 갖추기 좋고 여성 분들의 선택을 많이 받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