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경상수지 98억달러 흑자…한은 “계엄 영향 제한적”

반도체·자동차 수출 호조 영향
6개월 연속 ‘흑자’ 기조 유지
석유제품 발목 수출 증가세 둔화
한은 “트럼프, 적자 부를정도 아냐”


부산항 신선대·감만·신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연합]



10월 경상수지가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호조로 100억달러에 육박하는 흑자를 기록하면서 6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규모도 97억8000만 달러(약 13조8500억원)로 10월 기준 역대 3위로 컸다. 다만, 석유제품 수출 감소 영향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했다.

한국은행은 비상계엄 사태가 당장 수출 등 실물 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혼란한 정국이 장기화될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호무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영향에 대해선 “적자를 가져올 정도의 급격한 변화까지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봤다.

▶올해 900억달러 흑자 ‘청신호’…“정국 따라 영향 있을 수”=6일 한은이 발표한 국제수지(잠정) 통계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10월 97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폭은 지난달 대비 소폭 줄었지만, 10월 기준으로 역대 3위에 이르는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달(74억4000만달러)과 비교해도 23억달러 가량 많다.

경상수지는 4월 외국인 배당 증가 등으로 1년 만에 적자(-2억9000만달러)를 냈다. 하지만 10월에 흑자를 내면서 5월(89억2000만달러)·6월(125억6000만달러)·7월(89억7000만달러)·8월(65억2000만달러)·9월(109억4000만달러)에 이어 6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10월까지 누적된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42억4000만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241억8000만달러)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다.

견조한 흑자가 지속되면서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인 900억달러는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11월 통관 기준 수출입 수치를 봐도 양호한 흑자 흐름이 지속됐다”며 “연간 전망치에 부합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향후 흑자 기조에 있어 비상계엄 등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의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송 부장은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와 관련해 “단기적인 시장 심리라든가 투자 심리에는 영향이 있었지만, 조기에 수습된 측면이 있어 아직까지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앞으로 정국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따라 일부 영향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 영향에 대해선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향후 정책 변화를 좀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경상수지 적자를 가져올 정도의 급격한 변화까지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출 증가세 둔화…반도체·자동차 수출 증가했지만 석유제품은 감소=경상수지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0월 상품수지는 81억2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9월 104억9000만달러에서 23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수출 증가세 둔화가 영향을 미쳤다. 10월 수출은 600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0% 늘었는데, 9월(+9.5%)에 비하면 증가세가 둔화했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승용차 등의 수출 증가세 지속에도 석유제품 수출 감소세가 확대되면서 증가세가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10월 통관 기준 반도체(+39.8%), 철강제품(+6.8%)·승용차(+5.2%) 수출은 여전히 호조세를 보이는 반면, 석유제품(-34.5%)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중국(10.8%)·동남아(7.7%)·EU(5.7%)·미국(3.4%) 등으로의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수입은 줄었다. 10월 수입은 519억6000만달러로 0.7% 감소했다. 자본재와 소비재는 증가세가 지속됐으나 원자재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4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이밖에 서비스수지는 가공서비스, 기타사업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17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34억5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고, 이전소득수지는 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계정은 10월 순자산이 129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2억8000만달러, 외국인 국내투자는 22억5000만달러 늘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채권을 중심으로 29억1000만달러, 외국인 국내투자는 채권을 중심으로 12억달러 증가했다.

파생금융상품은 400만달러, 준비자산은 14억4000만달러 감소했다. 기타투자는 자산이 대출을 중심으로 70억1000만달러 증가한 반면 부채는 차입을 중심으로 76억6000만달러 감소했다. 홍태화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