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공격하거나 해치지 마”…비상계엄 선포날 ‘소대장 아들’에 당부한 아버지 ‘울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인 4일 새벽 국회 본청에 진입한 군 병력이 국민의힘 당대표실쪽에서 본회의장으로 진입하려 하자, 국회 직원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진입을 막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한 지난 3일 소대장으로 군 복무 중인 아들과 아버지의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6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상계엄 당일 군인 아들과 아버지의 통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이번 통화 녹취는 아버지 A씨가 지난 4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후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 공장’에 소개되면서 알려졌다.

방송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보도를 접한 뒤 전방부대의 소대장으로 있는 아들에게 황급히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들은 1시간 가량 전화를 받지 않았고, 4일 0시쯤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A씨에 따르면, 아들은 전방부대 소대장으로 비상계엄 당시 동원지 않지만 걱정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은 “상황이 뭐냐. (자다) 깨기만 해서. 출근명령 내려 부대로 가고 있다”고 아버지 A씨에게 말했다.

A씨가 “비상계엄 내렸다”고 답하자 아들은 “아 무슨 도발이에요?”라고 되물었고, A씨는 “도발 아니야. 그냥 대통령이 내린 거야”라고 말했다.

이후 A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잘 들어. 너 목숨 지키는 게 중요하고, 두번째는 민간인을 공격하거나 살상하는 행위를 절대 하면 안돼. 알았어?”라고 당부했다.

이어 “소대원들 잘 지키고. 네 목숨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한 문제야. 계엄시 군대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지. 너 실탄 지급받고 애들 다뤄야 해. 소대원들 잘 다루고”라고 말했다.

A씨는 이어 “무엇보다 네 목숨 잘 챙기고 절대로 민간인 해치는 일 하지마”라고 재차 강조한 뒤 “엄마한테 빨리 전화해. 걱정 안하게 말 잘해”라고 덧붙였다.

A씨는 “1979년 계엄 땐 전방에 있는 9사단을 동원했다. 전방에 있다고 안심할 수 없지 않으냐. 계엄 땐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실탄을 받고 출동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며 이 통화가 아들과의 마지막 통화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녹음했다고 밝혔다.

이 녹취록을 들은 네티즌들은 “아들 있는 부모인데, 눈물만 난다”, “2024년에 우리가 왜 이런 통화를 듣고 있어야 하나”, “저 아버지는 안다. 계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가슴이 먹먹하다”, “지금 군대 간 아들 둔 부모들은 얼마나 불안하겠나” 등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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