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테스트 강하다” 세계가 본 한국 민주주의 [디브리핑]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국민의힘 규탄 및 탄핵소추안 가결 촉구 제 시민사회 및 야5당 공동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6시간 단명 계엄령 사태에 대해 미국 등 주요 동맹국들은 ‘한국 민주주의’에 주목하고 있다. 외신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저지하기 위한 국회와 국민의 기민한 대응을 신속히 보도하면서 한국이 민주주의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잘 견뎌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韓, 민주주의 ‘스트레스 테스트’ 잘 견뎌내…민주주의 회복력 자신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통화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를 환영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블링컨 장관이 조 장관과 통화하고 한국의 계엄령 선포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으며,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계엄령이 해제된 것을 환영했다”고 전했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이 기간 동안 한국의 민주적 회복력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했다”면서 “한국에서 민주적인 절차가 승리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AFP]


FT, 블룸버그 통신 등도 한국의 민주주의가 지난 2021년 1월 6일 미국에서 벌어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 연방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보다 더욱 잘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FT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이후 계엄군의 국회 침입에 대해 “대통령의 무모한 결정으로 한국이 수십 년 만에 최악의 헌정 위기에 처했다”며 “대통령의 쿠데타 시도인지 단순한 정치 연극인지에 대해 혼란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FT는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 당국은 비상계엄 해제 직후 정상 운영되는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시중에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며 “원화와 한국 증시는 초기 손실을 일부 만회했고, 탄핵 국면에 접어든 한국의 경제 전망과 안정성에 대한 기존 투자자들의 우려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윤 대통령이 실제로 물러나 헌법적 절차에 따라 교체된다면 한국의 시스템은 강력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유명 군사전문지인 ‘19포티파이브(19FortyFive)’는 “1월6일 반란을 부추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심지어 대통령직에 재선됐지만 한국의 윤 대통령은 앞으로 수일 내로 탄핵을 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매체는 “한국은 7년 전에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성공했다. 이는 폭력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


“한국, 민주주의가 현직 특권 남용자 어떻게 다뤄야 할지 세계에 좋은 사례 될것”


지난달 미국 연방 의회 선거에서 한국계 최초로 상원 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 하원의원도 “민주주의는 항상 도전에 직면한다”며 “이는 반드시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과정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투자전문가는 이번 사태가 경제적으로 악영향을 줄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았다.

미국 투자자문사인 에버코어 ISI 크리슈나 쿠하 글로벌 정략 총괄은 “한국의 민주주의 제도와 문화는 지난 몇 시간 동안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견뎌냈다”며 “글로벌 공급망이 위협받지 않고 사업 중단도 최소화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세계 주요 언론은 지지율 저하로 고전하던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도박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패착이 됐다고 평가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계엄으로 인한) 정치적 롤러코스터는 심각한 양극화와 호전적 정치로 극적인 권력 이동과 반발이 자주 일어나는 한국 기준으로 봐도 극단적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일본 아사히신문은 “격렬한 정치적 좌우 대립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대선을 통해 정권 교체를 반복하며 민주주의를 지켜왔다. 윤 대통령은 이런 민주화 역사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은 “윤 대통령이 자신의 대중적 인기가 바닥난 가운데 처절한 도박을 했다”며 “여당을 포함한 국회가 만장일치로 그의 선언을 뒤집은 것은 그의 계산이 잘못됐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카고대 아지즈 헉(법학과) 교수는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문을 통해 “미국과는 극명하게 대조적으로, 윤대통령의 탄핵은 민주주의가 현직의 특권을 남용하는 자들을 어떻게 다룰 수 있고,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세계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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