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로 시작해 의대로 끝났다…졸업생 변수 예상 못했나

수능 성적 발표…졸업생 고려에 모평부터 오락가락
만점자 11명 중 졸업생만 7명, “변별력 떨어져”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 배부일인 지난 6일 대구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능 성적표를 받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가 지난 6일 수험생들에게 통지됐다. 역대 가장 성공적으로 난이도를 조절한 수능이었다는 게 평가원 입장이다. 그러나 난이도 널뛰기 논란을 빚었던 모의평가부터, 만점자 다수가 졸업생인 등 올해 수능은 ‘의대’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평가원이 전날 발표한 ‘2025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올해 주요 과목은 역대급 ‘불수능’으로 평가됐던 작년과 비교해 모두 쉬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만점자는 11명이다. 이중 졸업생은 7명, 재학생은 4명이다.

올해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39점으로, 지난해(150점) 대비 11점 떨어졌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0점으로, 지난해(148점)보다 8점 떨어졌다. 표준점수는 수험생 전체 평균 대비 자신의 위치를 보여주는 점수인데, 통상 140점 이상이면 어려웠던 것으로 평가된다. 영어는 원점수 90점 이상인 1등급 비율이 작년 4.71%에서 1.51%포인트 떨어진 6.22%였다.

다만 올해 의대 증원 여파로 최상위권 수험생이 대거 몰린만큼, 표준점주 최고점자도 크게 뛰었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자는 2022학년도 통합수능 도입 이래 최고치인 총 1055명이다. 작년과 비교하면 무려 16배가량 늘었다. 수학은 표준점수 최고점자 1522명으로, 작년(612명) 대비 2.5배 늘었다.

수능이 치러진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때문에 일각에선 올해 수능이 최상위권에게만 유리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입시 업체 의견도 비슷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과목별로 까다로운 문항들이 곳곳에 있어 마냥 물수능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의대 입시를 목표로 했던 최상위권에게는 아주 쉽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평가원은 입장이 다르다. 그 어느 해보다 난이도 관리가 잘 되었다는 것이 이들의 자체 평가다. 강태훈 2025학년도 수능 채점위원장은 “역대 어느 수능과 비교해도 난이도 관리가 잘 되었다”고 강조했다. 국어와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자 비율이 전체 응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2%, 0.3%가량이므로 최상위권 변별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만 평가원은 올해 ‘널뛰기’ 논란을 빚었던 두 차례 모의평가는 의대 입시를 노린 졸업생 유입이 컸다고 인정했다. 모의평가에는 졸업생 참여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모의평가 결과만으로는 수험생들의 수준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올해 6월 모의평가는 현행 2022학년도 통합수능 이래 치러진 모든 모의평가와 수능을 통틀어 가장 어려웠다는 평가를, 9월은 반대로 가장 쉬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례로 6월 모의평가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에서 9월 129점으로 떨어졌다.

의대 증원 여파로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수능에 응시했던 것을 고려하면, 수험생들은 모의평가에서 실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할 수 없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 오승걸 평가원장은 “모의고사는 졸업생 참여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 결과만 가지고는 난이도를 측정하기 어렵다”며 “졸업생 참여를 감안해 6월과 9월의 다소 실험적인 결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왼쪽)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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