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1TV 다큐멘터리 K |
- 도쿄 한복판에서 늘어가는 ‘빈집’ 현장… 20년 앞선 일본의 저출산 실태 낱낱이 조명
- 일본이 20대 결혼율이 우리보다 월등히 높을 수 있는 이유
- 제2의 도시 오사카, 가미야마에서 발견한 것… 지역 소멸을 막는 일본의 비결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우리나라보다 앞서 저출생 문제를 겪었지만, 우리와는 다른 일본의 현재 실태가 집중 조명됐다.
지난 5일 (목) 방송된 EBS 1TV 다큐멘터리 K <인구대기획 초저출생: 골든타임>(이하 초저출생: 골든타임)에서는 구독자 약 350만 명을 보유한 경제 크리에이터 슈카와 함께 일본을 찾아가 각종 저출생 관련 현장을 들여다보고, 다양한 삶 속에 있는 일본인들과 정부 부처 관계자 등을 만났다.
특히, 저출생 현실을 유사하게 겪고 있으면서도 상황이 다른 일본과 한국의 차이를 담아내며 사회적 시사점을 제공했다.
-‘자산가치 60억’ 도쿄 집이 빈집이 된 이유
슈카는 저출생과 고령화가 만들어낸 사회적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일본 도쿄의 번화한 지역인 세타가야구를 찾았다. 번화가에서 불과 100미터쯤 걸어 들어오니 한화 약 60억 원에 달하는 가치를 지닌 집이 곧 무너질 듯한 상태로 비어 있었다. 일본의 빈집 전문가인 오오니시 토오루 NPO 실버서포트센터 전무는 빈집이 생기는 이유 두 가지로 ‘저출산’과 ‘고령화’를 꼽으며 “사망한 소유자에게 자녀가 없어 유산 상속 과정 중 분쟁이 생겼고, 그대로 빈집이 되어 15년째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빈집이 무너져 사람에게 해를 가하거나 범죄에 사용되기도 하는 등 빈집은 일본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슈카는 도쿄의 빈집을 돌아본 후 “저출산, 고령화가 어떤 문제를 가져오게 될지 우리가 생각보다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저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 값싼 집이 빈집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도쿄에 와보니 그게 아니었다”며 충격적인 소감을 밝혔다.
‘취업이 쉽고 집값 걱정 안 해요’… 우리와 다른 일본 청년들의 현실
주목할 것은 일본의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하위권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간은 한국보다 항상 높았으며(2023년 한국 0.72명, 일본 1.20명), 우리나라와 달리 한 번도 1명대 이하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차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일본의 청년들을 만났다. 청년 4명 가운데 3명이 결혼을 하고 싶고, 아이도 낳고 싶다고 손을 들었다. 또한 청년 4명 중 아무도 주거 문제에 대한 부담을 갖거나, 취직 걱정을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20대에 결혼 경험이 있는 비율은 한국이 7.2%인 반면, 일본의 경우 25.3%로 우리나라보다 3.5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통계청, 일본 후생노동성 2020).
슈카는 청년들과의 대화 후 “일본도 결코 만만한 사회가 아닌데, 확실히 일본 청년들보다 우리 청년들의 짐이 그동안 무거웠다”며 만감이 교차하는 심경을 밝혔다. 메이지대학교 가네코 류이치 교수는 “한국의 경우 젊은 세대가 결혼하기 어려운 조건이 잔뜩 갖추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일본과 한국의 젊은이가 처해 있는 상황의 차이를 자세히 조사하면 저출생이 어떤 원인으로 일어나는지 상당히 명확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강조했다.
이어 한일 국제결혼 부부와의 인터뷰를 통해 두 나라의 육아 및 결혼 환경을 비교했다. 한일부부는 결혼과 관련해 한일간 가장 큰 차이점으로 ‘돈’이라고 답하며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크게 경제적으로 준비하지 않아도 결혼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사교육 비용에 대해서도 일본에서는 학원 대신 방과 후 활동이나 동아리가 주를 이루며, 한국에 비해 부담이 적다고 덧붙였다.
슈카는 ”우리나라는 아이가 주는 가치, 행복을 그 자체로 평가하지 않고 그걸 돈으로 환산하는 문화가 새로 생겼다. 일본도 출산율이 낮아서 우리와 비슷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일본에 오니 막상 그런 느낌이 없더라. 우리가 놓쳤던 가치를 일본은 아직 가지고 있구나“라며 소감을 밝혔다.
“남녀 가리지 않는 근무환경 개혁 절실”
일본 정부·기업 협력으로 가족친화적 기업 문화 확산
일본의 한 대형 종합상사는 아침형 근무제와 재택근무를 적극 도입하며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근무 방식 개혁은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여성 직원들의 출산율을 2005년 0.6명에서 10년 만에 1.97명으로 무려 3배 이상 끌어올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올해 남성 직원들의 육아휴직 100% 사용을 강력 추진하고 있다는 이 기업의 후미히코 고바야시 부사장은 “여성만을 위한 정책은 결과적으로 여성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남녀를 가리지 않는 근무환경 개혁 없이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성평등을 기반으로 한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 역시 가족친화적 기업 문화를 독려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육아 친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신고한 기업이 100명 이하의 중소기업에서도 약 6만 개에 달했다. 정부와 기업의 협력으로 육아 친화적 문화가 더욱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집중화를 막아내는 일본 도시들
일본의 또 다른 저력은 지역 도시들이다. 모든 것이 서울에 밀집해 있는 한국의 경우 제2의 도시 부산조차 인구 위기를 겪고 있지만, 일본은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 지역이 여전히 건재하다. 쿠와하라 타케시 오사카 경제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이 도쿄 수도권 집중화가 있다고 해도 한국의 서울만큼은 아니며 서일본의 중심, 간사이의 중심으로서 오사카의 존재감은 아직 크다”고 밝혔다.
또한 한때 소멸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 손꼽혔지만, 지금은 인구 문제를 해결한 가미야마라는 마을의 첨단 디지털 장비를 갖춘 위성 기업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슈카는 일본 여정을 마친 소감으로 “10년 전이었다면 일본(의 저출생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는 문제로 왔을 텐데, 이제는 반대로 우리가 너무 심각해서 일본이 이걸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지 해답을 찾기 위해 왔다는 게 서글펐던 여정이었다”며 “대한민국은 한다면 하는 나라니까 문제가 있다면 빠르게 바꿀 것이다. 시간이 더 늦지 않을 때, 조금 더 쉬울 때, 조금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때 시야를 넓게 한다면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마지막 희망을 내보였다.
‘오래된 미래’ 일본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초저출생: 골든타임> 4부에 이어, 오는 12일에는 5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낳기로 결심했다’를 방송한다. 5부는 출산이 두려움이 된 시대에도 가족을 이루기로 결심한 사례를 통해, 가족의 가치를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더욱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하는 다큐멘터리 K <인구대기획 초저출생: 골든타임>은 매주 목요일 밤 10시 45분, EBS 1TV에서 방송된다.